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이틀째 정상회담을 가졌으나 일방적으로 밀리면서 변변한 성과를 내지 못했다. 아베 총리는 그동안 외교로 점수를 딴 적이 많았지만 이번 방미에서는 그러지 못해 내우외환이 심해지고 있다고 19일 아사히신문이 전했다.
첫날 회담에서 북한 문제에 집중했던 미·일 정상은 18일(현지시간)에는 통상 현안을 주로 논의했다. 이날 회담에서 철강·알루미늄 관세와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에 관한 아베 총리의 기대는 모두 엇나갔다.
일본 정부는 이번에 미국이 수입 철강·알루미늄 관세 면제 대상에 일본을 넣어줄 것으로 기대했다. 아베 총리도 기자회견에서 “일본 철강과 알루미늄은 미국 안보에 악영향을 주지 않으며 미국의 산업과 고용에 크게 기여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은 “우리는 거액의 대일 무역적자를 안고 있다”며 관세 부과를 당장 철회할 생각이 없다고 밝혔다.
미국의 자유무역협정(FTA) 요구를 경계하는 일본 정부는 미국에 TPP 복귀를 촉구할 생각이었다. 하지만 이것도 뜻대로 되지 않았다. 아베 총리는 “TPP가 미·일 양국에 최선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으나, 트럼프 대통령은 “TPP로 돌아가고 싶지 않다. 양자 협정이 좋다”며 FTA 협상을 요구했다.
결국 두 정상은 양국 통상 문제를 협의하는 새로운 장관급 회담을 만들기로 했다. 미국 측은 로버트 라이트하이저 무역대표부(USTR) 대표, 일본 측은 모테기 도시미쓰 경제재정상이 새 협의체를 이끌 예정이다.
아사히신문은 아베 총리가 트럼프 대통령에게 꽉 눌렸다고 혹평했다. 북한의 일본인 납치 문제를 북·미 정상회담 의제에 넣기로 한 전날 회담의 성과에 대해서도 “납치 문제를 다른 나라에 맡겨버리면 해결이 잘될 것 같지 않다”고 지적했다.
아베 총리의 나라 안 걱정도 커지는 중이다. 여기자 성희롱 의혹에 휩싸인 후쿠다 준이치 재무성 사무차관이 18일 전격 사임하면서 아소 다로 부총리 겸 재무상도 책임지고 물러나라는 야권의 요구가 거세지고 있다. 아베 총리는 후쿠다 차관 사임에 대해 “정말 유감”이라며 “더욱 긴장감을 갖고 행정의 신뢰 회복을 위해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천지우 기자 mogu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