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1세대 여성 전투기 조종사 출신 슐츠
이륙 20분 후 동체 구멍… 아비규환의 기내 침착한 교신으로 필라델피아 공항 안착
“헌신적인 기독교인… 하나님이 함께하셔”
지난 17일(현지시간) 비행 중 엔진 폭발로 추락 위기에 놓인 미국 사우스웨스트 항공 여객기를 무사히 착륙시켜 대형 참사를 피한 50대 여성 기장이 영웅으로 떠올랐다. 외신들은 미 해군 1세대 여성 전투기 조종사 출신인 그의 이력과 삶을 집중 조명했다.
CNBC방송은 긴박한 상황에서 빠른 판단과 침착함으로 비상착륙에 성공해 탑승자 149명을 구한 테미 조 슐츠(56)가 찬사를 받고 있다고 19일 전했다. 이번 사고로 한 여성이 숨지고 7명이 다치는 인명피해가 발생했지만 슐츠의 기지로 승객 대부분이 살아서 땅에 발을 디딜 수 있었다는 점을 외신들은 강조했다.
사고기 탑승자였던 다이애나 맥브라이트 셀프는 슐츠가 착륙 후 객실로 와 승객들을 직접 챙기던 모습을 카메라로 찍어 페이스북에 올린 뒤 “이 사람은 진정 미국의 영웅이다. 충격적인 상황에서 그가 보여준 지식과 지도력, 용기에 대단히 감사하다”고 적었다. 다른 승객들도 “슐츠는 철의 담력을 가졌다” “하나님이 우리를 지키려고 천사를 보냈다”와 같은 극찬을 아까지 않았다.
사우스웨스트 항공 1380편 보잉 737 여객기는 약 9700m 상공에서 왼쪽 날개 엔진이 폭발했다. 뉴욕 라과디아 공항에서 댈러스 러프 필드 공항을 향해 이륙한 지 20분 만이다. 엔진 폭발로 튄 파편에 객실 유리창이 깨지면서 기내 기압이 급강하했고 승객들은 자칫 창밖으로 빨려나갈 수 있는 상황까지 벌어졌다.
슐츠는 인근 필라델피아 국제공항으로 비상착륙을 시도했다. 보통 착륙 때와 달리 활주로로 급강하했다. 기체가 양력을 잃은 상황에서 속도를 크게 줄이면 오히려 사고 위험이 높다고 판단해서다. 슐츠는 이 과감한 결정으로 착륙에 성공했다.
호주 ABC방송은 슐츠를 ‘미 해군의 1세대 여성 전투기 조종사 중 한 명’이라고 소개하며 비상착륙 과정에서 해군에서 익힌 기술을 사용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방송은 슐츠가 시속 150마일(약 241㎞)의 FA-18 전투기 조종에 익숙한 인물임을 강조했다.
슐츠는 1983년 해군에 입대해 항공모함에서 FA-18 호넷 전투기를 조종했다. 이후 교관으로 복무하다 93년 소령으로 예편한 뒤 해군에서 만난 남편과 함께 사우스웨스트항공 조종사로 취직했다.
ABC는 슐츠가 어린 시절부터 하늘을 날겠다는 꿈을 갖지 않았다면 조종사가 될 수 없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항공 전문 블로그 ‘F-16.net’는 슐츠가 고교 시절부터 항공기 훈련에 참여하려고 했지만 여자들은 받아주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여성 조종사에 대한 거부감이 큰 시절이었다. 슐츠는 공군에 먼저 지원했다가 입대를 거부당하자 해군으로 방향을 틀었다. 현재도 미군 내 여성 조종사 비율은 4% 미만이다.
슐츠의 고모인 버지니아 슐츠는 워싱턴포스트 인터뷰에서 조카가 헌신적인 기독교인이라고 전하며 “나는 하나님이 그 아이와 함께하는 걸 알고, 그 아이가 하나님과 대화하는 걸 안다”고 말했다. 그는 “조카를 아는 사람으로서 말하는데 그 아이는 승객의 죽음을 매우 아파하고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강창욱 기자 kcw@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