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데이 포커스] ‘트럼프 효과’… 한반도 대반전 주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8일(현지시간) 플로리다주 마러라고 리조트에서 아베 신조 일본 총리와 정상회담을 한 뒤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그는 과거 미·일 정상회담 기자회견 때와는 달리 북한에 대한 비난을 일절 하지 않았고 오히려 “북한이 비핵화를 이룬다면 밝은 길이 있을 것”이라고 북한에 대한 보상을 시사했다. AP뉴시스




“안정·번영·평화는 한국인들이 누릴 자격 있는 그들의 운명 회담 성공 위해 모든 걸 하겠다”
군사옵션 거론 등 강경 일색에서 ‘한반도 평화 지킴이’로 변신
靑 “트럼프는 최대의 우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확 달라졌다. 올 초만 해도 대북 군사옵션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던 그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회담 요청을 받아들인 이후 대화를 통한 비핵화를 강조하면서 ‘한반도 평화 지킴이’로 변신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남북 정상회담에서 논의할 종전(終戰) 선언을 미리 지지한 데 이어 북·미 정상회담의 성공에 대한 기대와 집념을 연일 드러냈다. 특히 18일(현지시간) 미국 플로리다주 마러라고 리조트에서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와 정상회담을 가진 뒤 기자회견에서는 한국에 대한 배려의 마음을 한껏 드러냈다.

그는 회견에서 “한반도의 안정과 번영, 평화는 한국인들이 누릴 자격이 있는 그들의 운명”이라고 강조했다. 또 “한국인들은 오랫동안 많은 것을 헤쳐나왔으며 이제는 모든 것이 잘되기를 바란다. 우리는 열심히 하겠다”고 했다. 이는 지난해 11월 방한 당시 전쟁의 상흔을 딛고 일어난 한국인들의 자부심을 한껏 치켜세운 그의 국회 연설을 연상케 할 만큼 한국에 대한 애정이 듬뿍 담긴 발언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여태껏 미·일 정상회담의 공동 기자회견장에서는 북한에 대한 강력한 경고와 억지력 강화, 추가 제재 추진 등 강경 발언이 대부분이었다. 발언이 나올 때마다 한국인들이 우려했고, 경제에도 부정적 영향을 미쳤다. 그러나 이날 회견에서는 북한을 자극하는 말을 전혀 하지 않았다. 오히려 “북한이 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되돌릴 수 없는 방식의 비핵화(CVID)를 이룬다면 밝은 길이 있을 것”이라고 말해 북한에 대한 보상을 시사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아베 총리가 지켜보는 가운데 “몇 주 후에 김정은 위원장을 만난다”며 “회담은 대단한 성공을 거둘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어 “북·미 정상회담의 성공을 위해 할 수 있는 모든 걸 하겠다”며 “이는 미국이나 남북한, 일본뿐 아니라 전 세계를 위해 좋은 일”이라고 덧붙였다. 또 “성공한다는 보장이 없으면 회담을 하지 않을 것이며 회담을 하더라도 결실이 없으면 회담장을 정중하게 떠날 것”이라고 말했다. 이는 역설적으로 회담 성공에 대한 강한 기대와 자신감을 드러낸 것으로 풀이됐다. 트럼프 대통령은 현재 북한에 억류돼 있는 한국계 미국인 3명 석방 문제를 북한과 협의 중이라는 사실도 공개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한반도 문제의 평화적 해결에 무게를 두기 시작한 것은 지난달 8일 김 위원장의 정상회담 제안을 수락한 뒤부터다. 그는 이후 ‘김 위원장과의 만남은 40년 만에 가장 위대한 일이다’ ‘존중하는 마음으로 회담장에 들어가겠다’ ‘남북 간 종전 논의는 축복스러운 일이다’ 등의 발언으로 한반도를 둘러싼 현 상황이 평화적으로 흐를 수 있도록 기여했다. 외교가에서는 김 위원장 못지않게 트럼프 대통령이 현 한반도 평화 분위기를 주도하고 있다는 평가도 나온다.

미국 언론의 시각도 비슷하다. 시사월간지 애틀랜틱은 “트럼프 대통령의 대북 정책이 최대의 압박에서 최대의 관여(engagement)로 이동한 것 같다”고 지적했다. 또 “이런 상황 변화는 트럼프 대통령이 북핵 협상에서 큰 성공을 거두기를 원한다는 걸 반영하는 것”이라고 해석했다. CNN방송은 “트럼프 대통령이 한반도 평화 정착의 큰 업적을 남길 가능성이 커지면서 북·미 정상회담이 돌이킬 수 없는 코스로 접어들었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청와대도 트럼프 대통령의 ‘공(功)’을 평가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19일 청와대에서 언론사 사장단과의 오찬 간담회에서 “비핵화 대화에 대한 트럼프 대통령의 절대적 지지와 격려가 (현재의) 극적 반전을 이뤄내는 결정적인 힘이 됐다”고 강조했다. 청와대 관계자도 “역대 미국 어느 정부에서도 북핵 문제를 지금처럼 심도 있게 고민하지는 않았다”며 “트럼프 대통령이 문 대통령의 최대 우군이라는 점은 확실하다”고 말했다.

워싱턴=전석운 특파원, 강준구 기자 swchun@kmib.co.kr

그래픽=안지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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