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완식의 우리말 새기기] 저지르고 보는 ‘삼수갑산을 가더라도’



북한 양강도에 삼수군(三水郡)과 갑산군(甲山郡)이 있습니다. 원래 함경남도였는데 1954년 양강도가 만들어지면서 편입됐지요. 백두산 남서쪽, 한반도에서 가장 넓고 높은 고원지대인 개마고원이 솟아 펼쳐져 있으며 중국과 국경을 맞댄 혜산시 아래에 있는 郡입니다. 물 좋고 산 좋은 거야 이름이 말해주니 따로 설명이 필요치 않겠으나 험준한 오지여서 교통이 불편하고 매우 춥습니다. 하여 예전에 중죄인 유배지 가운데 한 곳이었는데, 그때 거기 한번 들어가면 나오기 힘들다는 뜻에서 ‘삼수갑산을 가더라도’라는 말이 생겼지요. 어떤 일에 임하면서 닥칠 수 있는 최악의 경우를 각오할 때 쓰는 말이 됐습니다. 일단 저지르고 보는 심산이겠습니다. ‘산수갑산을 가더라도’라고 하는 이들이 있는데 틀린 표현입니다.

최근 남한 가요를 듣고 춤을 춘 삼수군 지역 청소년들이 국가반역죄로 처벌됐다는 뉴스가 있었는데, 삼수갑산 아이들이라 몸 가는 대로 일단 그리 하고 본 건 아니었을까요. 그 아이들도 맘껏 노래하고 춤추고 하며 살았으면 좋겠습니다.

다음 주에는 아픈 역사가 멎어 있는 판문점에서 남북 정상이 만나지요. 민족사의 분수령적 순간이 될 것 같습니다. 일들이 잘 풀려서 내 발로 삼수갑산에도 가볼 수 있게 되면 얼마나 좋을까요. 소망이 지극하고 간절하면 이뤄지기도 한다는데.

서완식 어문팀장

그래픽=전진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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