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 피는 봄이 왔지만 아직도 아침 저녁으로는 기온이 쌀쌀하다. 요즘과 같은 환절기에는 관절 통증을 호소하며 병원을 찾는 환자들도 늘어난다. 관절 통증을 유발하는 관절염이라고 하면 보통 골관절염(퇴행성 관절염)을 생각하는데, 이는 관절을 보호하는 연골이 손상되거나 골 관절의 퇴행성 변화로 인해 염증과 통증이 생기는 질환을 말하며, 주로 고령층에서 나타난다. 이와 달리 염증성 관절염에 속하는 류마티스 관절염은 30∼40대의 젊은 나이에도 발병할 수 있고, 70∼80%는 여성에게 집중돼 있다. 국내 유병률은 전체 인구의 약 1% 내외로 보고되었으나, 매년 환자가 늘어나고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
류마티스 관절염은 대표적인 자가면역질환으로 신체를 보호하는 면역체계가 오히려 자신을 공격하게 되면서 관절 활막에 염증을 유발한다. 일단 발병을 하면 신체 곳곳에서 다양한 증상을 보이는데, 몇 가지 특징을 기억해두면 조기 진단에 도움이 된다. 가장 대표적인 것은 아침에 특히 심하게 관절이 뻣뻣해지는 ‘조조강직’ 증상으로, 짧게는 30분에서 길게는 1시간이상 이어진다.
초기에는 증상이 왼쪽과 오른쪽에 대칭적으로 나타나는 특징도 있다. 관절 마디가 붓고, 부은 부위를 누르거나 움직일 때 통증이 악화하며, 무릎과 어깨 등 큰 관절보다는 손목과 손가락 등 작은 관절에 많이 발생한다. 이외 식욕부진, 체중 감소, 전신에 기운없음 등이 동반되기도 한다.
류마티스 관절염은 초기 증상이 나타난 후 2년 이내에 관절 변형이 발생할 확률이 90%에 달할 정도로 발병 후 악화가 매우 빠르게 진행된다. 한번 관절 변형이 발생한 후에는 관절을 되돌리는 치료가 불가능하므로, 조기 진단과 치료가 무엇보다 중요한 질환 중 하나라고 하겠다. 관절 손상이 계속 진행될 경우 운동 장애가 생겨 일상생활의 어려움을 초래하고, 결과적으로 삶의 질이 현저하게 떨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더불어, 염증이 관절 외에도 폐, 혈관, 눈, 신경, 신장 등 여러 부위를 침범할 수 있어 동반 질환의 관리에도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실제로 최근 대한류마티스학회 조사 결과에 따르면 환자의 2명 중 1명이 동반 질환을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원인이 명확하게 밝혀지지 않아 완치하기는 어렵고 증상과 통증을 조절하고, 관절의 구조적인 손상을 막는데 주된 치료 목표를 둔다. 치료에는 통증과 염증을 함께 조절하는 소염진통제가 초기부터 사용된다. 하지만 소염진통제는 장기 복용 시 위장, 심장, 신장, 간 등에 부작용이 많고 류마티스 관절염의 골파괴/골변형을 막는 효과는 없다. 관절 손상을 막는 치료로 항류마티스제제, 생물학적제제 등이 최근 많이 개발돼 쓰이고 있다. 기존 약물에 반응하지 않는 중중의 류마티스 관절염 환자들에게 쓰이는 생물학적제제는 몸 속 염증을 유발하는 특정 단백질인 TNF-알파나 IL(인터류킨), T림프구 혹은 B림프구 신호전달을 차단해 통증뿐만 아니라 질병 진행을 억제하고 관절 손상을 막는 효과도 있다. 류마티스 관절염은 한번 발병하면 평생 꾸준히 치료하고 관리해야 하는 만성 질환이다. 때문에 치료제 역시 단기적인 증상 완화보다는 장기적인 효과와 안전성을 감안해 선택하는 것이 좋다.
류마티스 관절염으로 진단을 받은 환자들이 완치가 불가능하다는 얘기를 듣고 크게 낙담하는 경우를 많이 접한다. 하지만 치료제와 치료 방법이 발전해 초기에 발견해 적극적으로 치료하면 신체 기능의 상실 없이 평범한 일상을 누릴 수 있게 됐다. 의심되는 증상이 있을 경우 최대한 빨리 류마티스내과를 찾아 검진해 보기를 간절히 권한다.
최성재 고려대안산병원 류마티스내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