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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계 여성 첫 CIT 판사 한국계 제니퍼 최 그로브스

제니퍼 최 그로브스 미국 국제무역법원(CIT) 판사가 23일 서울 서초구 서울법원종합청사 회의실에서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판사 된 후 첫 방한 가슴 벅차요”

아시아계 여성 최초로 미국 국제무역법원(CIT) 판사로 임명된 한국계 제니퍼 최 그로브스(49) 판사가 23∼24일 서울에서 열리는 뉴욕주변호사협회 2018 지역회의 참석차 방한했다. 그는 서툰 한국말로 “안녕하세요, 반갑습니다”라고 인사말을 건넨 뒤 “판사가 된 후 처음으로 한국에 온 것이어서 너무나 감격적이고 영광스럽다”며 밝게 웃었다.

뉴욕주변호사회와 서울변호사회, 사법정책연구원이 23일 서울법원종합청사 중회의실에서 공동으로 개최한 지역회의 사전 기자회견에서 그는 국제무역 전문 로펌에서 변호사로 활동하다 2015년 오바마 정부에서 CIT 판사로 임명됐다고 스스로 소개했다.

“트럼프 행정부의 보호무역주의에 CIT도 영향을 받느냐”는 취재진 질문에 그로브스 판사는 “사법부는 독립돼 있기 때문에 정부 정책의 기조와는 관련이 없다”며 “CIT의 역할은 국제 소송에서 현행법을 적용하고 해석하는 일”이라고 일축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의 일방적 관세 부과로 쟁점이 됐던 철강 문제도 “세계무역기구(WTO)는 국가 차원에서 문제제기를 해야 하지만 CIT는 수출 기업이 직접 미국 정부를 상대로 소송을 낼 수 있어 효율적이고 유연한 측면이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항상 미국 정부가 승소하는 것은 아니다”며 “합법적 테두리 안에서 국제통상이 이뤄지고 있는지를 검토하는 게 CIT의 몫”이라고 덧붙였다.

미국의 통상·관세 소송을 다루는 CIT 판사는 연방대법관처럼 종신 법관이다. 부시 행정부에서 미국 무역대표부(USTR)에 근무하며 국제통상전문가로 활동했던 그는 “부모님께서 6·25전쟁 때 미국으로 이민을 가셨다”며 “함께 한국에 온 두 딸이 오늘 DMZ에 견학을 갔다”며 한국에 대한 애정을 드러냈다.

고교시절 피아니스트를 꿈꿨던 그로브스 판사의 특이한 이력에도 관심이 쏠렸다. 그는 “전문 피아니스트가 되고 싶었지만 안정적인 직업을 원하는 부모님의 바람에 따라 로스쿨에 진학했다”며 “피아노를 다뤘던 경험이 다양한 의견을 조율해야 하는 법조인의 경력에 도움이 됐다”고 말했다.

글·사진=이가현 기자 hyu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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