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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GM, 법정관리 피했지만 갈 길은 아직도 멀다

손잡은 한국지엠 노사
(인천=연합뉴스) 한국지엠(GM)이 임금단체협약 잠정 합의 과정을 발표한 23일 오후 부평구 한국지엠 부평공장에서 카허 카젬 한국지엠 사장(왼쪽부터), 베리 앵글 지엠 해외사업부문 사장, 더불어민주당 홍영표 의원 등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군산공장 잔류 인원들은 추가로 협의해야 할 사안… 이견 커 적잖은 진통 예상
회사 장기 생존을 위해선 신차가 경쟁력 확보해야… 판매량 회복 시급한 과제


한국GM 노사가 임금단체협상에 극적으로 합의하면서 법정관리는 피하게 됐지만 아직도 가야 할 길은 멀다. 노사의 고통 분담, 추락한 판매량 회복 등 어느 것 하나 만만치 않은 숙제들이 기다리고 있다.

한국GM은 일단 ‘발등의 불’이었던 유동성 위기는 피할 수 있게 됐다. 노사 임단협 타결에 따라 GM 본사가 조만간 신규 자금 지원에 나서고 정부도 이에 맞춰 자금을 투입할 전망이다.

한국GM은 이달에만 약 1조원의 비용이 필요하다. 한국GM은 매월 4000억원 안팎의 부품대금을 협력사에 지급하고 있다. 또 이달 말에는 지난달 13일부터 이달 2일까지 희망퇴직을 신청한 약 2600명에게 위로금을 지급해야 한다. 2∼3년치 연봉으로 평균 2억원 정도로만 계산해도 약 5000억원의 현금이 필요하다.

이번 합의에 따라 GM 본사가 신규 차입금을 투입하면 급한 비용은 일단 해결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GM 본사로부터 빌린 차입금도 있지만 한국GM에 대한 실사가 끝날 때까지 상환을 미뤄둔 상태여서 임박한 채무는 아니다.

하지만 여전히 해결해야 할 과제들이 많다. 우선 군산공장 노동자 고용 문제는 유예됐을 뿐 해결된 것이 아니다. 추가 희망퇴직이 종료한 이후 잔류 인원에 대해서는 노사가 별도로 협의를 해야 하는데 노사의 이견이 큰 사안이어서 접점을 찾는 데에 진통이 예상된다.

한국GM이 장기 생존하기 위해선 향후 배정될 신차가 시장 경쟁력을 확보해야 한다. 한국GM 노사는 부평공장에 소형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을, 창원공장에 콤팩트 크로스오버유틸리티차량(CUV) 신차를 각각 배정하기로 합의했다.

이에 대해 베리 앵글 GM 해외사업부문 사장은 합의 이후 기자회견에서 “두 개의 제품 모두 생산량이 굉장히 크고 수출물량이 대다수가 될 것”이라며 “두 제품의 배정은 모든 이해관계자들의 협조를 기반으로 한다. 오늘은 노조가 자구안에 합의를 해주었고, 앞으로 며칠 간 정부가 우리의 계획에 합의를 해주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부평공장 배정차량은 트랙스 후속모델(프로젝트명 9BUX)로 2020년부터 양산이 가능한 것으로 알려졌다. 창원공장 배정차량은 경차 스파크를 대체할 차량으로 전해졌다.

한국GM은 최소 20만대 이상 팔리는 신차를 배정받아야 현재의 연산 규모(50만대)를 유지할 수 있다. 기존 모델들이 이미 출시된 지 평균 3∼4년가량 지난 상태여서 신차효과가 없을 경우 신규 자금을 투입하더라도 지속가능한 성장을 이룰 수 없다.

판매량 회복도 숙제다. 한국GM의 올해 1분기 판매량은 지난해에 비해 급감했다. 지난해 1분기 한국GM은 내수와 수출을 합해 총 14만3058대를 팔았는데 올해엔 12만386대에 그쳐 판매량이 15.8% 줄었다. 특히 내수의 경우 지난해 3만7648대에서 올해 1만9920대(-47.1%)로 줄어 거의 반 토막이 났다.

판매량 회복의 리트머스 시험지는 상반기 중 출시되는 중형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에퀴녹스가 될 것으로 보인다. 기존 모델이 노후한 상황에서 미국에서 수입해 판매할 예정인 에퀴녹스가 신차효과를 누리고 시장에서 선전할 경우 반등의 기회가 될 수 있다.

무너지고 있는 영업망도 재건해야 한다. 한국GM 전국대리점발전협의회 비상대책위원회에 따르면 한국GM 사태 이후 전국 쉐보레 대리점 305곳 중 20곳이 폐업했다. 또 지난해 초 4000여명에 달하던 영업판매 사원도 2000명대로 반 토막이 났고, 대리점 수익 역시 절반 이하로 떨어졌다.

정부로부터 적절한 지원을 끌어내는 것도 과제다. GM 본사는 2대 주주인 산업은행에 지분율(17%)에 걸맞은 신규 투자를 요청했고, 부평과 창원공장에 대해선 외국인투자지역 지정을 신청한 상태다.

임성수 기자 joylss@kmib.co.kr

그래픽=안지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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