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리, 보스턴과의 1라운드서 맹활약… 시리즈 전적 2승 2패 동률 만들어
지노빌리, 골든스테이트와의 4차전 4쿼터서 맹위… 팀 1R 탈락 막아내
“나는 0-2로 지다 7번째 게임에서 이기기도 했고, 2-0으로 이기다 6번째 게임에서 탈락한 적도 있다. 내가 못 본 시나리오는 없다.” 미국프로농구(NBA) 밀워키 벅스의 베테랑 제이슨 테리(41)는 지난 18일(한국시간) 보스턴 셀틱스와의 플레이오프 1라운드 1, 2차전을 모두 내준 뒤 “낙심했느냐”는 취재진의 질문에 발끈해 이렇게 답변했다. “14년 연속 플레이오프에 나가고 있다”고 강조한 그는 “팀원들의 용기를 북돋워 주겠다”고 했다. 밀워키는 3, 4차전을 내리 따내며 24일 현재 보스턴과 2-2 동률을 이뤘다.
“나는 먼지처럼 늙었는데, 그는 아직도 뛰고 있다.” 골든스테이트 워리어스의 스티브 커 감독은 지난 23일 샌안토니오 스퍼스와의 경기에서 패배한 뒤 상대팀의 마누 지노빌리(41)를 언급했다. 지노빌리는 4쿼터 막판 10득점을 몰아치며 팀 승리에 일조, 시리즈 전적 0-3으로 밀리던 샌안토니오를 구해냈다. 2002-2003시즌 함께 뛰었던 선수가 여전히 활약하는 모습에, 커 감독은 흐뭇했다고 한다. 커 감독은 “그가 우리 벤치 바로 앞에서 3점슛을 넣을 때 미소를 지었다”며 “경기를 끝내는 3점슛, 그것을 할 수 있는 선수가 바로 지노빌리”라고 말했다.
‘별들의 전쟁’ NBA 플레이오프의 볼거리 중 하나는 팀의 기둥이 돼 있는 2명의 40대 선수다. 똑같이 1977년생인 테리와 지노빌리는 99년 6월 드래프트로 NBA에 함께 들어왔다. 둘은 한때 댈라스 매버릭스와 샌안토니오가 잘 나가던 시절을 상징하는 선수들이기도 하다. 지노빌리는 2008년, 테리는 2009년 ‘올해의 식스맨’에 선정됐다. 20년 가까이 뛰고 있지만 둘은 데면데면하다. 댈라스 출신인 테리는 “치열한 라이벌이었기 때문에, 지노빌리와는 아직 한 마디 말도 나눠보지 않았다”고 했다.
아들뻘 선수들과 부딪히면서도 지치지 않고 여전히 코트에 나서는 원동력은 철저한 몸 관리다. 현역 연장을 위해 개인 마사지사를 고용한 테리는 튀긴 음식을 입에 대지 않고, 연어와 물을 많이 먹는다. “내가 물고기가 된 것 같다”고 농담을 할 정도다. “걷기 시작할 때부터 농구했다”는 지노빌리는 ‘루틴’대로 운동한 세월이 20년이 돼 간다. 경기 직후에는 적게, 다음날은 강도를 높여 훈련하는 식이다.
둘은 코칭스태프를 도와 지도자 역할도 수행한다. 테리는 자신보다 20살 어린 밀워키의 가드 토리 스넬에게 슈팅을 가르치고 있다. 자신이 어렸을 때 에이버리 존슨, 제이슨 키드 등 내로라하는 선배 가드들로부터 배운 것을 물려주는 것이라 한다. 지노빌리는 정신무장 역할을 맡았다. 최근 후배들에게 “우린 더 이상 우승후보가 아니라 ‘언더독’이다”고 외쳤다.
테리와 지노빌리보다 나이가 많은 선수가 없는 것은 아니다. 한때 엄청난 덩크슛을 선보이던 새크라멘토의 빈스 카터(41)가 NBA 최고령이다. 모두 77년생이지만 1월생인 카터가 수개월 차 최고령이다.
이들은 모두 은퇴할 생각이 없어 보인다. 카터는 플레이오프 진출에 실패해 일찍 시즌을 마치면서 “내년에 돌아올 것을 90% 장담한다”고 했다. 지노빌리의 몸놀림과 슈팅을 코앞에서 본 커 감독은 “2년은 더 뛸 수 있겠다”고 말했다. 테리는 “카터와 지노빌리보다 먼저 NBA 코트를 떠나고 싶지 않다”고 말했다.
이경원 기자 neosar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