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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문단 이끄는 임동원, 물꼬 튼 조명균… 1·2차 정상회담 주역들 ‘존재감’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이 2007년 10월 평양 4·25문화회관 광장에서 열린 노무현 대통령 공식환영식에서 우리 측 공식수행원이었던 김만복 국가정보원장과 악수하고 있다. 이재정 통일부 장관(왼쪽)과 김장수 국방부 장관이 순서를 기다리고 있다. 국민일보DB


北 주역들, 상당수 사라져… 김양건, 교통사고로 사망
장성택은 불경죄로 처형돼… 최룡해는 회담 준비 총괄


과거 1, 2차 남북 정상회담을 성사시킨 주역들은 2018 남북 정상회담 준비 과정에서도 존재감을 드러냈다. 2000년 6월 첫 남북 정상회담을 물밑 조율한 임동원 당시 통일부 장관은 남북 정상회담 자문단을 이끌고 있고, 2007년 10월 2차 남북 정상회담 현장을 기록했던 조명균 통일부 장관은 남북 고위급 회담의 수석대표로 정상회담의 물꼬를 트는 데 기여했다.

임 장관은 1차 정상회담 전 국가정보원장 자격으로 평양을 찾아 김정일 국방위원장을 만났다. 임 장관은 김정일 위원장이 알려진 것과 달리 개방적이며 실용적인 사고방식을 갖고 있고, 다른 사람의 견해를 과감히 수용하는 경향이 있다고 김대중(DJ) 대통령에게 보고했다.

조 장관은 2차 남북정상회담 때 청와대 통일외교안보정책비서관으로 정상회담에 배석해 회담 내용 전체를 정리, 기록했다. 조 장관은 2012년 대선 과정에서 터진 남북 정상회담 회의록 폐기 의혹 사건에 휘말려 고초를 겪기도 했다. 이후 공백기를 갖다가 지난해 문재인정부 첫 통일부 장관으로 복귀했다.

북측의 주역 중엔 사망하거나 공식석상에서 사라진 이가 많다. 김양건 전 통일전선부장이 대표적이다. 2007년 남북 정상회담을 물밑에서 성사시킨 김양건은 당시 북측에서 정상회담장에 유일하게 배석한 인물이다. 정상회담에 앞서 평양 4·25문화회관에서 열린 공식 환영식에도 참석했다. 김정은 국무위원장 체제에서도 ‘외교 브레인’으로 불렸던 그는 2015년 12월 의문의 교통사고로 사망했다. 대남 온건파였던 김양건의 후임이 천안함 폭침 주범으로 알려진 김영철 노동당 부위원장 겸 통일전선부장이다.

2007년 방북하던 노무현 대통령을 군사분계선(MDL)에서 영접했던 사람은 최승철 통일전선부 부부장(차관급)과 최룡해 황해북도당 책임비서였다. 당 간부 중에선 김정일 위원장의 매제인 장성택 노동당 제1부부장도 있었다. 김정은 위원장의 고모부이기도 한 장성택은 2013년 12월 처형됐다. 최룡해는 현재 당 부위원장 겸 조직지도부장으로 권력 2인자 자리를 지키고 있다. 그는 남북 정상회담 준비를 총괄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2차 남북 정상회담의 상징적인 장면 중 하나는 김정일 위원장을 대하는 김장수 국방부 장관과 김만복 국정원장의 대조적인 태도였다. 당시 공식수행원으로 방북한 김 장관은 공식 환영식에서 김정일 위원장 얼굴을 주시하며 고개를 숙이지 않고 한 손으로 악수해 ‘꼿꼿 장수’라는 별명을 얻었다. 정상회담이지만 군의 수뇌부가 북한 지도자에게 고개를 숙일 수 없다는 취지였다. 반면 김 원장은 고개를 숙이고 두 손으로 김정일 위원장의 손을 움켜잡아 저자세 논란을 낳았다. 김 원장은 정상회담 전 두 차례 방북해 세부 일정과 의제를 조율한 공신이었음에도 지나친 언론 노출로 비판을 받았다. 김 장관은 박근혜정부 시절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을 지내며 승승장구했으나 세월호 당시 대통령 보고와 지시 시간 조작 등의 혐의로 불구속 기소돼 재판을 기다리고 있다.

권지혜 기자 jhk@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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