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 희한한 서점이다. 16.5㎡(약 5평) 크기의 아담한 공간엔 기다란 테이블 하나만 덩그러니 놓여있다. 명색이 서점인데 파는 책은 단 한 종류밖에 없다. 이곳의 이름은 ‘모리오카 서점’. 가게는 일본 도쿄에서도 땅값이 가장 비싸다는 긴자에 위치해 있다.
이 독특한 서점을 찾아간 사람은 MBC 아나운서였던 김소영(31)씨. 그는 지난해 회사를 그만둔 뒤 일본의 작은 책방을 둘러보는 여행을 떠났다. 모리오카 서점도 그의 발길이 닿은 곳 중 하나였다. 서점은 극도의 미니멀리즘을 추구했다.
책방 주인은 매주 ‘한 주의 책’을 선정해 이 책만 진열했다. ‘한 주의 책’을 펴낸 작가를 초대하거나, 서점에 해당 도서와 관련된 물건을 전시할 때도 있었다. 이런 식으로 장사를 해서 이문이 남을까 의문인데, 이 책방은 요즘 세계적인 유명세를 타고 있다고 한다.
김씨는 모리오카 서점을 소개하면서 이렇게 적었다. “내가 고르지 않은 책에 이토록 깊은 관심을 기울여본 것은 난생처음이었다. 이 한 권의 책을 영원히 잊을 수 없겠지.”
김씨는 퇴사한 뒤 서울 마포구 독막로에 ‘당인리책발전소’라는 서점을 열었다. 그가 펴낸 ‘진작 할 걸 그랬어’엔 도쿄 책방 여행기와 직접 서점을 운영하면서 느낀 소소한 즐거움이 실려 있다. 손석희 JTBC 보도부문 사장이 쓴 추천사엔 이런 대목이 등장한다. “행복할 가능성을 놓고 김소영과 비교해본다면 나는 그와 상대가 되지 못할 것이다.”
박지훈 기자 lucidfal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