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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과 길] 빈집은 도시의 애물단지… 日 주택시장 암울한 미래



일본의 주택시장을 분석한 책이다. 인구는 감소하는데 집은 계속 늘어나니 머지않은 미래에 빈집이 도시의 애물단지로 부상할 것이란 전망이 담겨 있다. 바다 건너 일본의 이야기를 다뤘지만 허투루 여길 수 없는 건 한국이 맞닥뜨린 현실과 유사한 대목이 많아서다. 몇몇 통계치만 빼놓고 읽는다면 한국의 주택시장을 분석한 책으로도 읽을 수 있다.

내용을 개괄하면 다음과 같다. 일본의 인구는 급감하고 있다. 2060년엔 지금의 70% 수준인 약 8700만명까지 감소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그런데 주택시장은 어떤가. 도쿄에는 초고층 아파트가 줄기차게 들어서고 있다. 문제는 단카이 세대(1947∼49년에 태어난 일본의 베이비붐 세대)가 세상을 떠나게 될 2030년대부터다. 일본의 도시계획학자인 저자는 각종 통계를 바탕으로 “20년 후에는 3채 중 1채가 빈집이 될 것”이라고 말한다. 그러면서 “주택이 자산이었던 것과 달리 주택의 가치가 근본부터 흔들리고 있다”고 썼다.

실제로 빈집 문제는 심각한 사회문제가 될 가능성이 농후하다. 빈집을 상속받은 자녀들은 팔리지도 않고 세입자도 구할 수 없는 주택 탓에 골머리를 앓을 것이다. 빈집을 소유했다는 이유만으로 세금을 내고 관리비도 지불해야 할 테니까 말이다.

상황이 이런데도 일본의 도시에는, 특히 도시의 외곽 지역에는 계속 새로운 건물이 만들어지고 있다. 도로나 학교 같은 사회적 인프라가 구축되지 않은 곳이니 정부는 막대한 세금을 쏟아붓게 된다. 그렇게 지은 시설을 유지·보수하는 것도 보통 일이 아니다.

자, 그렇다면 해법은 무엇인가. 저자는 무분별한 외곽 신도시 개발부터 막자는 주장을 내놓는다. 그래야 빈집이라는 ‘시한폭탄’이 후손에게 안길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으니까.

책을 읽으면서 마강래 중앙대 교수가 지난해 펴낸 ‘지방도시 살생부’가 떠올랐다. 마 교수는 인구 감소로 존폐 기로에 놓인 지방도시가 생존하려면 도시의 인구와 기능을 도심으로 모으는 ‘압축도시’가 돼야 한다고 주장했었다. 실제로 마 교수는 이 책의 추천사를 쓰기도 했다.

그는 “빈집의 증가는 성장 위주의 지방자치단체의 인구정책과 도시의 외곽 개발에서 기인한 것”이라며 “우리나라도 일본의 전철을 답습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박지훈 기자 lucidfall@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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