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바람을 흔히 꽃샘바람이라고 부릅니다. 그러나 그건 잘못된 이름입니다(중략). 꽃을 시샘하는 바람이 아니라 꽃을 세우기 위한 ‘꽃세움 바람’입니다.”
신영복 저(著) ‘냇물아 흘러흘러 어디로 가니’(돌베게, 220쪽) 중에 나오는 구절입니다. 물을 머금어야 비로소 꽃을 피우는 법. 봄바람은 가지를 흔들어 뿌리를 깨워서 물을 길어 올리게 합니다. 바람이 없으면 꽃은 늘어진 팔자가 되어 주야장천 잠만 잡니다. 바람이 불어야 아차차 놀라 꽃대를 올립니다. 그래서 꽃 피는 것을 시샘하는 ‘꽃샘바람’이 아니라 ‘꽃세움 바람’이라 해야 옳습니다.
어느 시인의 표현대로 흔들리지 않고 핀 꽃은 없습니다. 수많은 바람을 맞으며 물을 길어 올려야 비로소 줄기 세우는 법을 배웁니다. 대추 한 알도 태풍 몇 개 천둥 몇 개를 머금어야 붉어집니다. 비단 꽃과 대추만이 아닙니다. 굽이치지 않고 흐르는 강물은 없듯이, 생명이 있는 모든 것은 흔들리면서 몸부림치며 자라납니다. 종이는 접혀질 때 아픔을 느낍니다. 그러나 접혀진 종이가 비행기가 되어 날아갑니다. 이것이 고난의 의미입니다. 주님 안에 있을 때 고난은 꽃샘바람이 아니라 꽃세움 바람이 됩니다. 이 바람을 맞으며 잠을 깨고 비로소 주님의 율례를 배웁니다.
“고난당한 것이 내게 유익이라 이로 말미암아 내가 주의 율례들을 배우게 되었나이다.(시 119:71)”
한재욱 목사(서울 강남비전교회)
삽화=이영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