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은 북한의 전향적인 비핵화 의지 표명을 이끌어내기 위해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직접 담판을 시도할 것으로 전망된다. 남북 양측 참모진은 정상회담 직전까지 합의문 내용을 사전 조율했지만 비핵화 의제는 결국 두 정상의 결단에 맡기기로 했다. 김 위원장도 비핵화 협상에 대비해 남북 정상회담으로서는 이례적으로 최고위급 외교관을 총동원했다.
남북 정상회담 준비위원장인 임종석 대통령 비서실장은 26일 “비핵화 합의가 어느 수준에서 이뤄질지 전망하기 어렵다”면서 “(남북 간에) 많은 실무접촉을 하며 논의해봤지만 의제 성격상 실무 차원에서 논의할 수 없는 문제”라고 말했다. 임 실장은 “북한의 뚜렷한 비핵화 의지를 명문화할 수 있다면, 그것이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를 의미함을 정확히 확인할 수 있다면 이번 회담이 매우 성공적일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부연했다.
김 위원장은 지난달 5일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 등 우리 측 특사단을 접견한 자리에서 “비핵화는 선대의 유훈”이라고 밝힌 바 있다. 이어 김 위원장은 지난달 26일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과의 정상회담에서 “(남한과 미국의) 단계적 동시적 조치를 통해 비핵화 문제는 해결을 볼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다만 이 발언만 놓고서는 김 위원장이 완전한 비핵화 의사를 밝혔다고 보기 어렵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도 단계적 보상이 아닌 북한의 일괄적 핵 폐기만 받아줄 수 있다는 입장이다. 문 대통령은 27일 정상회담 이후 나올 합의문에 과거보다 더욱 진전된 비핵화 표현을 담기 위해 김 위원장 설득에 총력을 기울일 것으로 보인다.
북측 공식수행원 명단에 이수용 노동당 부위원장 겸 국제부장과 이용호 외무상 등 외교 라인이 포함된 건 고무적이다. 북한 외교관이 남북 정상회담 공식 수행원 자격으로 배석하는 것은 처음이다. 이들은 핵 협상과 대미 외교 등 북한 외교정책을 총지휘하는 간부다. 김 위원장도 이번 회담에서 비핵화와 평화체제 구축 문제를 진지하게 논의할 뜻이 있음을 시사하는 것이다. 임 실장은 “북측 역시 이번 회담을 따로 떼어서 보는 것이 아니라 이어질 북·미 정상회담과 이후 다양하게 진행될 국제사회와의 협력까지 고민하고 있다고 받아들인다”고 평가했다.
문 대통령과 김 위원장이 어떤 방식으로 합의문을 발표할지도 회담장에서 최종 결정될 전망이다. 두 정상이 판문점 평화의집 앞마당에 나란히 서서 합의사항을 공동으로 낭독하는 방안이 우선 거론된다. 하지만 기대했던 성과물이 나오지 않을 경우 과거 두 차례 정상회담처럼 양 정상이 각자 서명한 합의문만 교환할 수도 있다. 합의문 명칭도 확정되지 않았으나 우리 측은 ‘판문점 선언’을 희망하고 있다. 임 실장은 “정상회담을 모두 마치면 합의문 서명과 발표가 있을 예정”이라며 “합의 수준에 따라 평화의집 앞에서 정식 발표할지, 서명에 그칠지, 실내에서 간략히 발표할지가 아직 결정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조성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