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북민이 보는 남북정상회담… 의심·염려의 시선



“북한 정권은 절대로 핵을 포기 못한다.” “정상회담을 선전도구로 악용할 것이다.”

남북 정상회담을 앞두고 만난 탈북민들은 대체적으로 북한의 진의를 의심하는 분위기였다. 비핵화가 회담의 주요 의제가 되면서 많은 시민들이 평화 정착을 기대하고 있지만 탈북민들은 의심과 염려를 표했다. 북한 정권에서 입은 상처가 아물지 않은 데다 현재도 수탈당하고 있는 북한 주민들에 대한 마음의 부채가 남아있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모처럼 찾아온 평화 기류가 계속되길 기대하는 마음은 똑같았다.

탈북난민인권연합 김용화 대표는 26일 “북한 정권은 핵 생산을 전 국민의 목표로 내걸고 그걸 핑계로 주민들의 삶을 강탈해 왔다. 핵이 북한 체제를 견고히 하는 데 얼마나 중요한 역할을 하는지 북한 위정자들은 잘 알고 있다”며 “탈북민들은 그 체제하에 살아봤기 때문에 북한 정권이 절대로 비핵화에 동의하지 않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회담에 참여하는 북한 정권의 진의 자체를 의심하는 이들도 많았다. 2013년 탈북한 이하남(가명·45)씨는 “김정은 정권이 거짓으로 ‘평화’를 앞세워 남한 대통령, 이후 미국의 대통령까지 자신의 앞에 앉히고 북한 주민들에게는 스스로의 국제적 위상이 높다는 것을 과시하려는 속셈이 있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정상회담이 북한 주민과 해외 체류 중인 탈북민들의 인권문제 해결에 도움이 돼야 한다는 주장도 있었다. 이날 서울 중구 주한중국대사관 앞에서 열린 ‘탈북민 강제북송 반대’ 집회에서 강철호(서울 새터교회) 목사는 “대다수 북한 주민은 지금도 식량이 없어 풀뿌리를 먹고 있고 30만명 이상의 탈북민들이 중국에서 강제 북송당할까 두려움에 떨고 있다”며 “그 동포들을 구제할 방안을 마련하지 못한다면 정상회담은 의미가 없다”고 강조했다. 강 목사는 “북한 주민들이 체감하지 못하는 ‘평화’ 무드가 자칫 북한의 인권유린 문제에 대한 심각성을 덮어버릴까 걱정된다”고 덧붙였다. 집회에는 탈북민을 중심으로 90여명이 참석했다.

탈북 후 중국에서 세 차례 강제북송을 당했던 김태희(부산 탈북연대)씨는 “지금도 셀 수 없이 많은 탈북민들이 북송돼 각종 고문을 당하거나 노역을 하고 있고, 여성들은 중국 각지에 성노예로 팔려가고 있다”며 “양국 정상이 평화를 합의했을 때 과연 부당한 이유로 북한 수용소에 갇힌 이들에게까지 평안이 허락될지 지켜볼 것”이라고 말했다.

북한 정권에 대한 불신은 컸지만 정상회담이 성과를 내 한반도의 평화 정착이 이뤄지길 희망하는 이들도 많았다. 탈북자동지회 서재평 사무국장은 “정상회담을 통해 남북관계 개선이 선행돼야 북한에 두고 온 가족을 만날 기회도 생기고 민간 차원에서 북한 주민들을 지원하는 길도 열릴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이미 통일에 다다른 것처럼 들뜬 분위기에 취해 있다면 정작 북한 정권의 배만 불려주고 실익은 놓칠 수 있으니 주의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사야 강경루 기자 Isaiah@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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