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핵화 의지 명문화하고 CVID 근접 여부에 달려
남북, 포괄적 합의 이뤄내고 북·미 회담서 최종 담판 낼 듯
항구적 평화 정착도 주요 의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27일 남북 정상회담에서 보다 진전된 비핵화 선언을 할 것으로 전망된다. 북한 문제 전문가들은 김 위원장이 핵무기 폐기 의사를 밝히는 등 전향적으로 나올 것이라고 분석했다. 남북 정상회담 성과는 김 위원장의 비핵화 약속이 ‘완전하고 검증가능하며 되돌릴 수 없는 핵 폐기(CVID)’에 얼마나 근접하는지, 이를 어느 수준으로 명문화하는지로 평가될 수밖에 없다.
김준형 한동대 교수는 26일 경기도 고양 킨텍스에 마련된 내외신 합동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전문가 토론회에서 “지금이야말로 김 위원장이 핵을 포기할 적기”라고 말했다. 그는 김 위원장이 생존을 위해 개발한 핵무기 때문에 체제가 위협받는 딜레마를 겪고 있다는 점, 또 ‘인민들의 생활수준 향상’을 일관되게 주장해왔다는 점을 지적하며 “핵 포기 의사에 진정성이 있다”고 평가했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는 “문재인 대통령과 김 위원장은 비핵화 개념에 합의할 것으로 본다”며 “특히 김 위원장은 핵무기 폐기를 약속하면서 깜짝 놀랄 만큼 파격적으로 나올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다. 완전한 비핵화는 핵물질과 핵시설 등 ‘미래의 핵’뿐 아니라 이미 만들어놓은 핵무기까지 폐기하는 것을 의미한다. 지금까지 김 위원장의 비핵화 의지는 문 대통령의 대북 특사단이나 북·중 정상회담 등을 통해 간접적으로 전해진 것이 전부다.
김 위원장이 올해 신년사 이후 파격 행보를 이어왔다는 점도 이런 낙관론을 뒷받침하고 있다. 그는 지난 2월 여동생 김여정 노동당 중앙위원회 제1부부장에게 들려 보낸 친서에서 “빠른 시일 안에 만날 용의가 있다”며 문 대통령에게 남북 정상회담을 전격 제안했다. 3월엔 평양을 방문한 문 대통령의 대북 특사단을 만나 ‘4월 말 판문점 평화의집’으로 시기와 장소를 못 박았다. 김 위원장은 특사단에 “체제 안전이 보장되면 핵을 보유할 이유가 없다”는 의사도 밝혔다. 아울러 “미국과 허심탄회한 대화를 할 수 있다”고도 했다.
조성렬 국가안보전략연 수석연구위원은 “2018년 1월 1일 이후의 북한과 이전의 북한을 달리 봐야 한다”며 “10여년 전 북한의 모습을 근거로 향후 상황을 예측하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고 말했다. 반면 안드레이 란코프 국민대 교수는 “김 위원장이 비핵화 선언을 한다 해도 협상의 도구나 전략이 아닐까 생각한다”며 “완벽한 비핵화는 일어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북·미 정상회담을 앞둔 김 위원장은 판을 깨지 않기 위해서라도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이 만족할 만한 비핵화 의사를 밝힐 필요가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남북 정상회담을 앞두고 연일 김정은 위원장을 치켜세우는 한편 “회담이 합리적이지 않다면 나는 협상 테이블을 떠날 것”이라고 경고 메시지도 보내고 있다. 다만 비핵화 최종 담판은 북·미 회담에서 이뤄지는 만큼 남북 정상회담에선 포괄적이고 원칙적인 수준의 합의가 이뤄질 가능성이 높다.
이번 남북 정상회담은 비핵화를 핵심 의제로 올려놓았다는 점에서 과거 두 차례 회담과 다르다. 남북을 시작으로 한·중·일, 한·미, 북·미 정상회담이 줄줄이 예정돼 있어 완전한 비핵화의 첫 단추를 끼우는 의미도 있다.
남북 정상회담에서는 ‘한반도 비핵화’와 함께 ‘획기적인 군사적 긴장 완화를 포함한 항구적인 평화 정착’ 방안도 중요한 의제로 다뤄진다. 평화 정착의 핵심은 종전 선언이다. 종전 논의는 남북 간 독자 합의가 가능한 군사 대결 종식 및 이행 조치 합의로 구체화될 전망이다. 남북 당국자들은 한 공간에서 협의할 수 있는 판문점 남북연락사무소 설치 방안에 사실상 합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남북은 이미 1991년 12월 체결한 ‘남북 화해와 불가침 및 교류 협력에 관한 합의서’에서 현 정전 상태를 평화 상태로 전환시키기 위하여 공동으로 노력한다는 데 합의했다. 이후 2007년 10월 2차 남북 정상회담 합의문에 ‘3자 또는 4자 정상이 종전을 선언하는 문제를 추진한다’는 내용이 들어갔지만 후속 조치는 없었다.
세 번째 의제인 ‘남북 관계의 새롭고 담대한 진전’은 남북 대화를 정례화하고 다방면의 교류 협력을 재개해 신뢰를 회복하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다. 정부는 이를 기반으로 남북기본협정 및 한반도 평화협정을 체결해 제도적으로 보장되는 남북 관계를 정립하겠다는 구상을 갖고 있다.
권지혜 기자 jhk@kmib.co.kr
그래픽=이석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