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희 언니 빨리 보고 싶어요”… 현정화가 본 남북정상회담

대한민국의 현정화(오른쪽)와 북한의 이분희가 1991년 4월 29일 일본 지바에서 열린 세계탁구선수권대회 여자 단체전 결승에서 중국팀에 맞서 함께 경기를 하고 있다. 남북 단일팀은 중국을 3대 2로 꺾고 금메달을 따내 전 국민에게 많은 감동을 안겼다. 국민일보DB




남북 종목별 리그 경기 추진
북한 참가하는 전국체전 등 승패 떠나 통큰 교류 바람직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악수를 나눌 때 정말 벅찬 감동을 느꼈습니다. 그 장면을 보고 저와 이분희 언니가 만나서 손잡는 모습을 상상했어요.”

27일 열린 남북 정상회담을 TV로 지켜본 국민들이 가슴 깊은 감동을 느꼈지만 현정화(사진) 한국마사회 탁구단 감독의 심정은 조금 더 특별했다. 27년 전 남북이 하나됨을 직접 느낀 당사자로서 환희의 순간이 주마등처럼 스쳤기 때문이다. 현 감독은 1991년 일본 지바에서 열린 세계탁구선수권대회에서 남북 단일팀의 일원으로 나섰다. 사상 최초의 남북 단일팀 구성이었다. 여자복식에서 북한의 이분희와 호흡을 맞춘 현 감독은 단일팀의 상징으로 지금도 기억되고 있다. 당시 남북 단일팀은 탁구 최강국인 중국을 꺾고 정상에 오르며 국민에게 큰 감동을 안겼다.

현 감독은 이번 남북 정상회담을 계기로 가장 먼저 남북 체육 교류가 활성화되기를 기원했다. 현 감독은 이날 국민일보와의 전화 인터뷰에서 “과거 남북 단일팀처럼 스포츠는 항상 남북 교류의 물꼬를 앞장서서 텄다”며 “이번 남북 정상회담이 서로의 닫혔던 마음을 풀어주면서 남북 간 체육 교류가 본격적으로 펼쳐지길 바란다”고 희망했다. 그는 북한이 참여한 평창 동계올림픽을 거론하며 “결국 이번 남북 정상회담의 시발점이 바로 스포츠 축제인 동계올림픽이지 않았느냐”고 되물었다.

현 감독은 “현실적으로 하계 스포츠의 경우 북한이 잘하는 종목도 많기 때문에 체육 교류가 원활해지면 남과 북 서로 도움을 주고받을 수 있을 것으로 본다”고 밝혔다. 남북 교류에 이바지하고 싶다는 바람도 내비쳤다.

91년 세계선수권 이후로 만나지 못하고 있는 이분희에 대한 그리움도 절절했다. 현 감독은 지난 3월 이분희와의 만남을 기대했다. 조선장애자체육협회 서기장인 이분희가 3월 열린 평창 동계패럴림픽에 참석할 것이라는 전망이 쏟아졌다. 그러나 결국 북한 대표팀의 방남 명단에 포함되지 않았고 현 감독도 아쉬움을 곱씹어야 했다.

현 감독은 당시 심정을 떠올린 뒤 “남북 체육 교류가 활성화되면 꼭 만날 수 있다고 본다. 분희 언니에게 맛있는 밥을 사주면서 지금까지 하지 못한 많은 이야기를 나누고 싶다”고 했다. 이어 그는 “지바에서 세계탁구선수권대회를 마치고 헤어질 때 분희 언니에게 나를 기억해 달라는 의미로 금반지와 화장품 등을 선물했다. 분희 언니가 그 금반지를 끼고 오면 더 감동적일 것 같다”고 재회에 대한 기대감을 드러냈다.

중국을 꺾고 남북 단일팀이 세계탁구선수권대회를 제패했을 당시에 대해 현 감독은 “작은 통일이 된 것 같은 느낌이었다”며 “북한 선수들도 우리랑 똑같은 젊은이고 한민족이더라”고 회상했다.

끝으로 현 감독은 반짝 관심이 아닌 남북 체육 교류의 지속성을 강조했다. 현 감독은 “단발성적인 남북 체육 교류가 아니라 함께 큰 그림을 장기적으로 그려야 한다”며 “전국체전에 북한 측이 참가한다든지, 남북이 함께 종목별 리그를 꾸리는 등의 방안이 있을 수 있다”고 말했다. 이를 위한 상시적 협력 기구의 필요성도 제기했다.

현 감독은 “종목 하나의 단순한 승패보다 남북 화합과 통일이라는 대승적 차원의 큰 그림에 초점을 맞췄으면 좋겠다”며 “문화체육관광부를 중심으로 정부가 남북 체육 교류에 적극적인 지원을 해주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이상헌 기자 kmpaper@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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