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 정상회담 취재에 나선 북한 취재진은 남측 취재진에게 “감동적으로 보도해 달라”고 요청했다. 27일 오전 8시쯤 경기도 파주 판문점 자유의집 앞에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방남을 기다리던 한 북한 기자는 심경을 묻는 우리 취재진에게 “대단하다. 이것은 세기의 사변”이라고 평가했다. 이어 “대결이 있었던 공간에서 (김 위원장이 군사분계선을) 넘어오는 모습을 보게 되면 언 속이 뚫어지는 느낌이 될 것 같다. 남측에서도 이것을 감동적으로 보도해 달라”고 당부했다. 다른 북한 기자는 문재인 대통령과 김 위원장을 기다리던 화동들에게 사진 촬영을 요청하며 “아름답게 생겼는데, 곱게 웃어라”며 긴장을 풀어주기도 했다.
비슷한 시각, 회담장이 마련된 판문점 평화의집 주변에서 남측 기자가 북한 내 분위기를 묻자 북한 기자는 “북남 인민의 감격스러운 마음은 모두 똑같을 것”이라며 “더구나 2000년과 2007년 이후 11년 만에 북남 수뇌가 회동하시는 것 아닌가. 큰 기대를 갖고 왔다”고 답했다. 우리 취재진이 김 위원장 부인 이설주 여사의 방남 여부를 묻자 북한 기자는 “김정숙 여사는 오시느냐”고 되물으며 즉답을 피하기도 했다. 또 평화의집을 배경으로 사진을 찍자는 남측 기자의 제안에 북한 기자는 “북남 수뇌께서 계실 곳인데 오시기 전에 이곳을 먼저 밟아서야 되겠느냐”며 정중히 사양했다.
현장에서는 취재 도중 혼선이 빚어지기도 했다. 특히 양 정상이 평화의집 1층에서 기념사진을 찍는 동안 북한 사진기자가 중계화면 앞을 가로막아 전 세계에 북한 기자의 뒷모습이 방송되는 상황도 발생했다. 평화의집 옥상에서도 북한 사진기자가 중계 카메라 앞에 섰다가 우리 취재진의 요청을 받고 비켜서기도 했다.
북한 매체도 정상회담 관련 소식을 상세히 보도했다. 조선중앙통신은 김 위원장이 정상회담 참석을 위해 새벽에 평양을 출발했다는 소식과 함께 회담 일정을 세세히 보도했다. 통신은 두 정상의 기념식수는 물론 만찬 후 복귀 일정까지 보도했다가 구체적 동선을 삭제한 기사를 새로 송고하기도 했다. 김 위원장의 동선을 지나치게 구체적으로 노출했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판문점 공동취재단, 최승욱 기자 applesu@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