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첫 만남에서부터 공개적으로 솔직하게 속내를 털어놓았다. 판문점 군사분계선(MDL)에서 역사적 첫 만남을 시작으로 마지막 환송행사까지 양 정상은 남북의 화해와 평화 정착의 필요성을 끊임없이 역설했다.
남북 정상은 27일 오전 평화의집에 도착해 북한의 미사일 발사와 정부 대응에 대한 농담으로 이야기를 시작했다. 김 위원장이 먼저 “대통령께서 우리 때문에 국가안전보장회의(NSC)에 참석하시느라 새벽잠을 많이 설쳤다는데 새벽에 일어나는 게 습관이 되셨겠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대북 특사단이 갔을 때 김 위원장께서 선제적으로 말씀해주셔서 ‘앞으로 발 뻗고 자겠다’고 생각했다”고 화답했다. 김 위원장은 “대통령께서 새벽잠 설치지 않도록 내가 확인하겠다”며 웃었다.
김 위원장은 첫 방남 소회도 솔직하게 털어놓았다. 김 위원장은 “(판문점에서) 불과 200m 오면서 ‘왜 이리 멀어보였을까’ ‘왜 이리 어려웠을까’ 생각했다”며 “평양에서 문 대통령을 만날 줄 알았는데 여기서 만난 게 더 잘됐다. 대결을 상징하는 장소여서 많은 사람들이 기대를 가지고 보고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오면서 보니 실향민, 탈북자, 연평도 주민 등 언제 북한군 포격이 날아오지 않을까 불안해하던 분들도 오늘 우리 만남에 기대 가지고 있는 걸 봤다”며 “기대를 소중히 여기고 남북 사이에 상처 치유 계기가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그만큼 우리 만남에 대한 기대가 크다. (북한 접경지역인) 대성동 주민들도 다 나와서 함께 사진을 찍었다”고 말했다. 이어 “우리 어깨가 무겁다”며 “오늘 판문점을 시작으로 평양 서울 제주도 백두산으로 만남이 이어졌으면 좋겠다”고 강조했다.
문 대통령은 남북철도 연결 등 협력 사업을 언급하며 “이런 게 6·15 공동선언과 10·4 합의에 담겨 있었는데 10년 세월 동안 실천하지 못했다”며 “남북관계가 완전히 달라져 맥이 끊어진 게 한스럽다. 김 위원장의 용단으로 10년 끊어진 혈맥을 다시 이었다”고 치켜세웠다.
이에 김 위원장은 “기대가 큰 만큼 회의적인 시각도 있다”며 “큰 합의해놓고 10년 이상 실천 못했다. 오늘 만남도 제대로 되겠나 회의적 시각도 있다”고 털어놓았다. 이어 “짧게 걸어오면서 ‘정말 11년이나 걸렸나’ 생각했다”며 “우리가 11년간 못한 걸 100여일 만에 줄기차게 달려왔다. 굳은 의지로 함께 손잡고 가면 지금보다 못해질 수 없다”고 강조했다.
문 대통령은 “오늘의 주인공은 김 위원장과 나”라며 “과거의 실패를 거울삼아 잘할 것”이라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과거에는 정권 중간이나 정권 말에 늦게 합의돼 정권이 바뀌고 나면 실천이 이뤄지지 않았다”며 “저는 시작한 지 1년차다. 제 임기 내내 속도를 유지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김 위원장도 “김여정 부부장의 부서에서 ‘만리마 속도전’이라는 말을 만들었는데, 남북 통일의 속도로 삼자”고 화답했다.
양 정상은 자주적인 한반도 문제 해결을 강조하면서도 세계사적 흐름에 동참해야 한다고 했다. 김 위원장은 “대결 역사에 종지부를 찍자고 왔다. 우리 사이 걸리는 문제에 대해 문 대통령과 무릎을 맞대고 풀려고 왔다”고 밝혔다. 문 대통령은 “한반도 문제는 우리가 주인이다. 그러면서도 세계와 함께 가는 민족이 돼야 한다. 우리 힘으로 이끌고 주변국이 따라올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답했다.
문 대통령이 만찬 메뉴로 북한에 제안한 평양냉면도 화제에 올랐다. 김 위원장은 “어렵사리 평양에서 평양냉면을 가져왔다”며 “대통령께서 편한 마음으로 멀리서 온 평양냉면을, 아니다 멀다고 말하면 안되갔구나”라며 웃음을 터뜨렸다. 김 위원장은 “오늘 정말 허심탄회하게, 진지하게, 솔직하게 이런 마음가짐으로 문 대통령과 반드시 필요한 이야기를 해 좋은 결과를 만들어내겠다는 걸 문 대통령과 기자 여러분께도 말씀드린다”고 말했다.
판문점 공동취재단
강준구 기자 eyes@kmib.co.kr
사진=이병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