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27일 판문점에 모습을 드러내자 북한 공식 수행단을 포함해 24명이 김 위원장을 겹겹이 에워싸는 ‘인(人)의 장막’을 펼쳤다. 김 위원장을 제외한 전원이 ‘인공기’ 배지를 왼쪽 가슴에 착용했다. 최고지도자를 향한 북한의 경호는 삼엄했다.
남북 정상회담이 열린 판문점 일대는 두 정상이 모습을 드러내기 전부터 긴장감으로 가득했다. 북한 최고지도자의 방남이 처음인 데다 돌발 상황이 불러올 파급력이 작지 않기 때문이다. 우리 측 대통령 경호처는 공동경비구역(JSA) 남측 지역을 ‘특별경호구역’으로 지정해 남북이 합동으로 두 정상을 경호토록 했다. 판문점은 선글라스와 군복을 착용한 남북 군인들이 대치하는 장면으로 유명하지만 이날은 양복을 입은 경호원들이 그 자리를 채웠다.
지난 2월 방남한 김여정 노동당 중앙위원회 제1부부장을 지켰던 경호원도 다시 등장해 김 위원장을 근접 호위했다. 정전협정에 따라 JSA 내 경비병력은 중화기를 휴대할 수 없기 때문에 북한 경호원 모두 권총 정도의 무기만 소지했다고 한다.
삼엄했던 근접 경호도 남북 정상이 함께 이동하는 동안에는 잠시 해제됐다. 남북 보도 실무회담에서 생중계 화면에 두 정상만 등장해야 한다는 조항이 합의됐다. 김창선 북한 국무위원회 부장이 김 위원장 최측근인 김영철 통일전선부장의 손을 잡아끄는 모습도 확인됐다. 김 부위원장이 김 위원장 바로 뒤에 따라 붙어 남북 정상과 한 화면에 잡혔기 때문이다. 청와대 관계자는 “경호 협의와 관련해 북한 측의 반발은 거의 없었다. 북한이 이번 회담을 갈등 없이 진행시키고 싶었던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김 위원장이 오전 정상회담을 끝내고 오찬 및 휴식을 취하기 위해 북한으로 복귀할 때는 근접 경호가 재개됐다. 경호원 12명은 김 위원장의 전용 차량을 둘러싼 채 대기하고 있다가 김 위원장이 탑승한 차량이 출발하자 차량 속도에 맞춰 동시에 뛰기 시작했다. 이들은 차량이 북측 통일각 부근에 도착하기까지 수백m를 뛰었다. 차량 모델은 김 위원장이 2015년 독일에서 구입한 10억원대 방탄차량인 ‘메르세데스-벤츠 S600 풀만 가드’로 추정된다.
판문점 공동취재단, 문동성 기자 theMoo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