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 잇는 산업·자원·관광벨트… ‘한반도 신경제지도’ 급물살 타나





남북 정상회담을 발판으로 ‘한반도 신경제지도’가 성큼 앞으로 다가왔다. 문재인 대통령의 공약이기도 한 한반도 신경제지도는 동해안과 서해안, 남북 접경지역을 H자 모양의 산업벨트로 묶는다는 게 뼈대다. 동해안과 북한의 금강산·원산·단천·청진·나진을 이어 ‘에너지·자원벨트’로, 한국의 수도권과 북한 개성공단·평양·남포·신의주를 연결해 ‘산업·물류·교통벨트’로 개발하겠다는 구상이다. 비무장지대(DMZ)에는 환경·관광벨트가 조성된다.

문재인정부는 H벨트 구축을 통해 남북경제협력을 확대할 생각이다. 경협 재개에 따른 재정 부담도 크지 않다. 경협을 위해 조성된 남북경협기금은 사업비 대부분을 제대로 쓰지도 못하고 남기는 형편이다. 오히려 130조원 규모로 추산되는 ‘경제 편익’은 한국 경제는 물론 기업에 새로운 성장 동력이 될 수 있다.

기획재정부 관계자는 27일 “벨트마다 기존에 하다 중단된 사업들이 포함돼 있어 그걸 중심으로 협력 범위를 넓혀 나갈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예를 들어 동해안 벨트는 금강산 관광, 서해안 벨트는 개성공단 재개를 시작으로 사업을 확대할 수 있다는 얘기다. DMZ 환경·관광벨트의 경우 올해부터 생태평화안보관광지구 개발을 위한 예산이 투입되고 있다. 주무부처인 통일부는 올해 초부터 한반도 신경제지도 구상을 구체화하는 작업을 진행 중이다.

경협 재개를 위한 재정 여력은 부족하지 않다. 1991년부터 올해 3월 말까지 조성된 남북경협기금은 13조8609억원에 이른다. 기금은 대부분 쓰이지 않았다. 지난해 사업비 지출계획으로 9578억원을 배정했지만 실제 집행액은 683억원(7.1%)에 불과했다. 개성공단 중단으로 피해기업 보상금을 지출한 2016년(5294억원 집행)을 빼면 2014년부터 1000억원 넘게 돈을 써본 적이 없다. 올해도 9592억원을 사업비로 책정했지만 지난달 말까지 집행액은 465억원에 그친다.

여기에다 경협에 속도가 붙으면 사업 규모가 기하급수적으로 커질 가능성이 높다. 국내 기업의 대북 투자·사업기회가 급증할 수 있다. 2014년 국회 예산정책처가 발간한 ‘주요 남북경협 사업의 전망과 경제적 편익’ 연구용역보고서에 따르면 북한 경제 개발에 139조2637억원 규모의 투자가 가능한 것으로 추산된다. 농업분야에서 북한 곡물 생산성을 끌어올리는 데 82조3573억원, 도로·철도 등 산업인프라 조성에 54조2681억원의 투자 기회가 창출된다. 자원개발(5590억원)과 관광산업개발(2조790억)도 주요 투자처다.

국내 기업도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전국경제인연합회가 200여개 기업을 설문한 결과, 응답기업(57개사)의 51.0%는 “장기 관점에서 대북 투자 및 진출 의향이 있다”고 답했다. 인프라 개발, 새로운 사업기회 모색, 저렴한 노동력 활용, 동북아 해외거점 확보 등을 이유로 들었다. 다만 49.1%는 남북 경제관계 정상화 시점을 ‘2∼5년 내’로 봤다. 갑작스러운 관계 경색 가능성 등을 감안해 신중하게 전망하는 것이다.

세종=정현수 기자 jukebox@kmib.co.kr

사진=이병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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