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카르타 亞게임 ‘남북 단일팀’ 출전한다

남북은 그간 다양한 통로로 체육교류를 진행해 왔다. 2003년 10월 평양에 류경정주영체육관을 개관하며 통일농구대회를 열었다. 2000년 시드니올림픽 때에는 남북이 한반도기를 앞세워 사상 처음으로 공동 입장했다. 지난 2월 평창 동계올림픽에서는 남북 여자아이스하키 단일팀이 세계적인 감동을 줬다(왼쪽부터). 국민일보DB, 윤성호 기자


1991년 지바 세계탁구선수권과 청소년축구대회 단일팀 출전 성과
2000년 올림픽 때는 첫 공동 입장… 단일팀 선수 선발 때 공정성 필요


문재인 대통령과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27일 남북정상회담 이후 “2018 아시아경기대회를 비롯한 국제경기들에 공동으로 진출해 민족의 슬기와 재능, 단합된 모습을 전 세계에 과시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8월 18일 개막하는 인도네시아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은 물론이고 2020년 도쿄올림픽에서도 남북 단일팀 구성이 예상된다.

문화체육관광부는 이번 남북정상회담에서 단일팀을 포함한 체육교류 방안이 선언될 것으로 예상했다. 최근 40개 종목의 경기단체를 대상으로 아시안게임 남북 단일팀 구성 의향을 조사하기도 했다. 단일팀 구성 및 교류전 수행 경력이 있는 탁구와 농구를 비롯해 유도 체조 정구 카누 조정의 7개 종목 단체가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단일팀을 중심으로 한 남북 체육교류는 그간 경색된 남북관계를 푸는 통일의 실마리 역할을 해 왔다. 똑같은 규칙 하에서 똑같은 목표를 향해 손발을 맞추는 단일팀은 화합의 상징이기도 했다. 91년 지바 세계탁구선수권대회와 포르투갈 청소년축구대회가 시작이었다. 최근 평창올림픽에서는 여자아이스하키 단일팀이 만들어져 성적과 별개로 세계적인 감동을 낳았다.

체육교류의 모습은 분단 직후 반공 정책이었지만 시간이 흐르며 포용 정책으로 변화했다. 1963년 도쿄올림픽 단일팀 구성 협상을 벌일 때, 우리 정부는 북한을 북괴(北傀)라 지칭했다. 북한을 ‘북측’으로 부른 80년대 이후에도 재일본조선인총연합회(조총련)와의 접촉, 외신에 대한 일방적 입장 표명 등을 걱정하는 분위기는 계속됐다. 공산국가에 파견되거나 북한 선수들과 접촉하는 우리 선수들에게 국가정보원의 보안 교육을 거치게 하기도 했다.

90년대 말부터는 대북 포용정책 하의 체육교류가 이뤄졌다. 2000년 시드니올림픽에서는 남북 선수단이 처음으로 공동 입장을 했다. 2002년 부산아시안게임부터는 북한 응원단이 방남해 깊은 인상을 남겼다. 이명박정부 출범 뒤 천안함 폭침과 연평도 포격 사건 등으로 체육 협력이 활성화되지 못했지만, 평창 동계올림픽을 계기로 교류는 다시 물꼬를 텄다.

남북정상회담에서의 선언 이후 남은 과제는 국제대회의 주인공인 선수들의 입장을 헤아리는 것이다. 평창올림픽 여자아이스하키 단일팀을 구성할 때에는 제안 자체가 너무 뒤늦었고, 우리 측 선수들이 출전 기회에서 부당한 피해를 입었다는 비판 여론이 있었다. 문체부도 남북 단일팀 구성 의향을 조사하면서 “선수들이 동요할 수 있다”며 조심스러워했다. 아시아올림픽평의회(OCA)와의 긴밀한 협의, 공정한 단일팀 선수 선발 방식 등이 필요하다.

또 일회성 행사가 아닌 장기적 협력으로서의 남북 체육교류가 이뤄져야 의미가 있다는 지적이 많다. 이를 위해서는 기금 운용 제도부터 정비돼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주장해 왔다. 매칭 펀드나 국제기구 지원 방식으로서의 경비 조달은 ‘세금 퍼주기’라는 반감을 없앨 수 있다. 북한의 우수 선수를 국내 프로스포츠계에 취업시키는 방안도 검토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이경원 기자 neosarim@kmib.co.kr

사진=윤성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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