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이 27일 북한 개성에 설치하기로 합의한 공동연락사무소는 향후 남북 간 이슈를 조율하는 주요 창구 역할을 할 전망이다. 남북 당국자들이 실시간으로 만나 긴급현안을 협의할 수 있는 거점이 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연락사무소 설치를 계기로 남북 협력의 대표적인 지역이었던 개성의 상징성도 되살아날 것으로 보인다.
남북 정상은 판문점 선언에서 “당국 간 협의를 긴밀히 하고 민간교류와 협력을 원만히 보장하기 위해 쌍방 당국자가 상주하는 남북 공동연락사무소를 개성 지역에 설치하기로 했다”고 발표했다. 연락사무소는 아직 정식 외교 관계를 수립하지 않은 국가 간에 외교 관계를 수립하기 위한 전 단계로 상대국에 서로 설치하는 사무소를 의미한다. 개성에 설치될 연락사무소는 남북 당국자가 같은 공간에서 상시 근무하는 상설기구 성격을 띠게 된다. 사실상 대사관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인다.
연락사무소를 통해 2007년 남북 정상회담에서 채택된 10·4선언의 합의사항을 이행하고 남북 경제협력의 추진을 위한 공동작업을 시작한다는 게 정부의 구상이다. 이미 남북 정상은 이번 회담에서 동해선·경의선 철도와 남북 도로를 연결하기로 하는 등 2007년 정상회담에서 합의됐던 다양한 남북 협력사업을 재추진하기로 했다. 또 2015년 10월 북한 금강산에서 진행된 이산가족 상봉 행사도 3년 만에 오는 8월 15일 진행키로 했다. 연락사무소는 이같이 임박한 남북 간 주요 사업이 매끄럽게 진행되도록 남북 입장을 직접 조율하는 윤활유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된다.
남북은 선언문에서 “민족 경제의 균형적 발전과 공동번영을 이룩하기 위하여 10·4선언에서 합의된 사업들을 적극 추진해 나가며, 1차적으로 동해선 및 경의선 철도와 도로들을 연결하고 현대화하여 활용하기 위한 실천적 대책들을 취해 나가기로 하였다”고 밝혔다. 육로 복원만을 상징적으로 담았지만 사실상 2007년 정상회담에서 합의됐던 다양한 남북 협력사업을 포괄적으로 재추진하겠다는 의미다. 10·4선언에서 남북은 경협 투자 활성화를 비롯해 서해평화협력특별지대 설치 등 해상 관련 협력과 개성공단 2단계 개발, 개성∼신의주 철도와 개성∼평양 고속도로 공동이용 등을 모색하기로 한 바 있다.
이번에는 남측에 연락사무소를 설치하지 않고 북측에만 설치한다. 한국에 북한 관계자를 상주시키는 것에 대해 북한이 부담스러워했을 것으로 추정된다. 다만 남북관계 여건이 나아지면 남측에도 연락사무소가 설치될 가능성은 남아있다. 특히 남북 상황에 따라 양측의 심장부인 서울과 평양에 각각 연락사무소를 두는 안도 추진될 수 있다. 문재인 대통령도 “여건이 되면 각각 상대방 지역에 연락사무소를 두는 것으로 발전해 나갈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연락사무소가 문을 열면 개성공단 운영 시절 ‘남북협력 메카’로서 개성 지역이 갖던 상징성도 어느 정도 복원될 것으로 보인다. 남북 교류의 1번지였던 개성공단은 2016년 2월 중단 조치 이후 남북 간 왕래가 완전히 끊어졌다.
노용택 정건희 기자 nyt@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