南·北·美 3국 합의 필요… 中 참여해야 한다는 주장도
완전한 비핵화 프로세스와 연계가 불가피한 상황
文 대통령, 내달 중순 방미 트럼프 대통령 설득 예정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한반도의 평화와 번영, 통일을 위한 판문점 선언’에서 연내 종전을 선언하고 평화협정 체결을 추진하겠다고 천명했다. 하지만 이를 위해선 남·북·미는 물론 중국의 동의도 필요할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이 과정은 양 정상이 선언한 완전한 비핵화 프로세스와의 연계가 불가피한 만큼 남북은 높은 수준의 고차방정식에 직면한 셈이다.
남북 정상은 27일 판문점 선언에서 연내 종전선언을 위한 남·북·미 3자 또는 남·북·미·중 4자 회담 개최를 추진키로 합의했다. 정전협정을 평화협정으로 전환하기 위해서는 6·25전쟁 정전협정 당사자의 합의가 필요하다. 대체로 남·북·미 3자의 합의가 필요하다는 의견이 많지만 1953년 정전협정 체결 당사자인 중국이 참여해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따라서 적어도 4자 간 충분한 의견 교환이 필수적이라는 게 대체적인 관측이다.
문 대통령은 남·북·미 3자 정상회담을 통한 종전선언 구상을 밝힌 적이 있다. 문 대통령은 지난달 남북 정상회담 준비위원회 2차 회의를 주재하면서 “남북 및 북·미 정상회담의 진전 상황에 따라 남·북·미 3자 정상회담으로 이어질 수도 있다”며 “이번 회담과 앞으로 이어질 회담들을 통해 한반도 핵과 평화 문제를 완전히 끝내야 한다”고 밝힌 바 있다.
하지만 김 위원장이 지난달 전격적으로 중국을 방문해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과 북·중 정상회담을 개최하면서 이런 구상이 헝클어졌다. 김 위원장이 남북 정상회담에 앞서 중국과 회담을 하면서 중국의 개입 가능성이 크게 높아졌기 때문이다.
청와대는 남·북·미 3자 간 종전선언에 무게를 두고 있지만 중국을 포함하는 방안도 함께 검토하고 있다. 또 3자 간 종전선언 후 중국의 ‘추인’ 프로세스도 함께 검토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청와대 관계자는 “올해 종전을 선언하고, 평화체제 구축을 위한 노력을 본격화하면서 한반도와 동북아의 안보 환경을 근본적으로 변화시키는 계기가 될 것”이라며 “앞으로 남북은 국제사회와 더불어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와 평화체제 구축 등 한반도 현안을 포괄적으로 해결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청와대는 이를 통해 북한의 체제불안 우려를 누그러뜨리고, 전쟁 위험에 따른 ‘코리아 디스카운트’도 잦아들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문 대통령은 평화협정 체결을 위해 당장 5월 중순 미국을 방문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한다. 문 대통령은 트럼프 대통령에게 평화협정 체결에 나서줄 것을 설득하는 한편 북한의 비핵화 프로세스에 대해 설명할 것으로 예상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를 바탕으로 5월 말∼6월 초 열릴 북·미 정상회담에 임할 예정이다. 북·미 정상회담에서 양측이 각각 체제 안전보장, 비핵화 프로세스에 합의한다면 연내 평화협정 체결도 가시화될 전망이다. 또 남·북·미 3자 정상회담도 구체화될 개연성이 높다.
문 대통령은 또 5월 초 한·중·일 정상회의에도 참석해 협조를 구할 예정이다. 청와대 관계자는 “남북은 한반도 문제의 당사자로서 3자 또는 4자 회담에 직접 참여해 평화체제 구축 논의를 주도적으로 이끌어나갈 것”이라며 “평화협정을 최대한 빨리 체결할 수 있도록 노력하면서 관련국들의 모든 관심사가 포괄적으로 담길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강준구 기자 eyes@kmib.co.kr
사진=이병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