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 정상회담 군사부문 합의의 골자는 ‘전쟁 위험의 실질적 해소를 위한 공동 노력’으로 요약된다. 구체적 합의 사항은 서해 북방한계선(NLL) 일대의 평화수역화, 비무장지대(DMZ)의 실질적 평화지대화, 적대행위 전면 중단이다.
남북은 NLL 일대를 평화수역으로 만들어 우발적인 군사적 충돌을 방지하고 안전한 어로활동을 보장하기 위한 실질적 대책을 마련키로 했다. 북한은 그동안 서해 북방수역과 서북 도서 지역에 고강도 도발을 계속해왔다. 이번 합의는 화약고인 NLL 상에 남북이 같은 면적의 공동어로구역을 설정해 군사적 긴장 완화를 도모하자는 것이다. 문재인정부 국정 과제인 서해평화협력특별지대 구상에 앞서 실현돼야 할 과제다.
남북 정상은 과거 남북의 불가침 합의 또한 재확인했다. 남북은 이번 합의에 명시된 대로 5월 장성급 군사회담에서 협의에 들어갈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NLL 뇌관’이 다시 수면 위로 떠오를 수 있다는 지적도 있다. 북한이 주장하는 해상분계선은 NLL 아래쪽에 설정돼 있다. 공동어로구역 기준선 논의 과정에서 합의점을 찾기 어려울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DMZ의 실질적인 비무장화는 우발적 충돌 방지를 위한 진전된 논의로 평가된다. 우리 정부는 이를 ‘우발충돌 방지를 위한 획기적 조치’라고 평가했다. DMZ는 정전협정 체결에 의해 군사분계선(MDL) 기준 남과 북의 각각 2㎞까지로 정해진 구역이다. 정전협정 제1조 1항은 이 지역의 ‘비무장’을 명시해 놓고 있으나, 남북은 중화기와 병력을 배치해 놓고 높은 감시태세를 유지해 왔다. 이번 합의를 통해 앞으로는 정전협정 규정대로 남북 군대가 군사분계선에서 각각 2㎞씩 물러난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앞으로 남북 간에는 DMZ 내 경계소초(GP)와 중화기, 병력 등을 동시 철수하는 조치가 논의될 전망이다. DMZ에는 우리 군 60여개, 북한군 160여개의 GP가 각각 운용 중이다. 또한 북한은 이곳에 14.5㎜ 고사총과 박격포, 무반동포 등 중화기를 배치해 놓고 있다. 남측 역시 K-6 중기관총, K-4 고속유탄기관총 등을 GP에 반입했다. 남북이 이들 화기와 병력을 모두 철수한다는 게 군사적 긴장 완화 방안의 목표인 셈이다. 이는 향후 종전선언이나 평화협정 논의에 앞선 정전협정 준수라는 의미가 있다.
다만 DMZ의 실질적 비무장화가 단번에 해결되기는 어렵다. 실질적인 비무장화에 대한 개념과 절차 등에 대한 논의가 선행돼야 하기 때문이다.
북측이 DMZ 내 지뢰 제거 등에 필요한 장비나 자재 지원을 요구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남측이 이를 지원하는 것은 유엔 안보리 대북제재 위반 소지가 크다. 군 소식통은 27일 “일단 남북이 어렵지 않게 시행할 수 있는 조치들부터 차근차근 협의할 것”이라고 말했다.
남북은 또한 5월 1일부터 대북·대남 확성기 방송과 전단 살포 등 모든 적대행위를 전면 중지키로 합의했다. 적대행위 수단인 MDL 인근의 확성기 장비도 철수할 것으로 예상된다. 과거 군사회담 때와 달라진 상호비방 중단 합의 내용은 ‘지상과 해상, 공중을 비롯한 모든 공간에서 적대행위를 중단한다’고 못박은 부분이다. ‘삐라 살포’ 행위 또한 금지될 것으로 보인다. 일각에서는 북한이 위협을 느끼는 대북 심리전을 포기한 것이라는 지적도 제기된다.
김경택 기자 ptyx@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