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美 정상회담 개최 앞두고 구체적 결과물 발표엔 한계
2007년 10·4선언보다 진전… 北 최고지도자가 처음 문서화
靑 “金 위원장 육성 있다… 핵 없는 한반도 의지 확인”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27일 채택한 한반도 평화와 번영, 통일을 위한 판문점 선언은 비핵화 의제만 놓고 보면 ‘기대 이하’라는 평가가 나온다. ‘완전한 비핵화’라는 문구가 담기긴 했지만 이를 양 정상이 공동의 목표로 확인하는 선언적 수준에 그쳤기 때문이다.
다만 비핵화 본협상인 북·미 정상회담을 앞두고 선언 이상의 구체적 결과물을 발표하기엔 한계가 있었을 것으로 보인다. 비핵화 프로세스의 물꼬를 트는 길잡이 회담으로선 성과가 있었다는 시각도 적지 않다.
남북 정상이 채택한 선언문에서 비핵화는 세 번째 분야인 ‘항구적 평화체제 구축’의 가장 마지막 조항에 담겼다. 완전한 비핵화라는 문구가 명시된 것은 2007년 10·4 남북정상선언에 비하면 분명 진전됐다. 당시 선언문엔 ‘한반도 핵 문제 해결을 위해 6자회담 9·19 공동성명과 2·13 합의가 순조롭게 이행되도록 공동 노력한다’는 내용만 담겼다. ‘체제 안전이 보장되면 핵을 보유할 이유가 없다’는 기존 북한의 입장보다도 한발 나아간 언급이다. 북한 최고지도자가 비핵화 의지를 문서화한 것은 처음이다.
청와대 관계자는 “북한의 비핵화 의지를 여러 경로를 통해 확인했다”고 강조했다. 이 관계자는 ‘남북이 사용하는 비핵화 의미에 차이가 없느냐’는 질문에 “완전한 비핵화라는 표현을 쓴 데 주목했으면 좋겠다”며 “핵 없는 한반도 실현 의지를 확인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특히 “김 위원장의 (비핵화 관련) 육성이 있지만 그것은 별도 기회에 말씀드리겠다”고 덧붙였다.
남북 정상회담 준비위원회도 설명자료에서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 핵 없는 한반도를 구체적·명시적으로 확인한 사실을 성과로 꼽았다.
김진무 세종연구소 객원연구위원은 “문재인정부가 지향하는 남북, 북·미 대화의 선순환이 시작됐다는 데 의미가 있다”며 “10여년 만의 남북 정상회담 결과를 항목별로 트집 잡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고 말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몇 가지 아쉬운 점도 지적됐다. 신각수 전 외교부 차관은 “북한이 그동안 천명해 왔던 조건부 비핵화에서 큰 변화가 없어 보인다”며 “트럼프 행정부는 과연 한국이 북한 비핵화를 얼마나 적극적으로 설득했는지 의문을 가질 수 있다”고 말했다. 신범철 아산정책연구원 선임연구위원도 “북한은 비핵화 원칙에 합의하면서도 구체적 이행사항은 언급하지 않았다”며 “전략적 이익을 유지하면서 북·미 대화의 모멘텀은 이어가는 정교한 합의문”이라고 평가했다. 비핵화에 대한 확실한 보장이 없는 상태에서 평화체제 구축 논의가 앞서가는 데 대한 우려도 있었다.
한반도 비핵화는 이제 북·미 정상회담으로 넘어갔다. 구체적인 이행 로드맵과 그에 따른 보상을 정하는 논의가 본격화될 전망이다. 신 전 차관은 “북핵 문제 해결은 우리 정부 힘만으로는 안 되고 북한의 선의에만 기댈 수도 없다”며 “국제 공조가 필수”라고 강조했다.
판문점 선언에는 ‘남북이 비핵화를 위해 자기의 책임과 역할을 다하기로 했다’는 내용도 포함돼 있다. 이에 대해 청와대 관계자는 “비핵화 과정에 따라 우리가 취할 일도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는 “경제 교류를 지금 당장 하겠다는 것은 아니다”며 “비핵화 또는 북·미 간 협상 이후 진행 과정을 보면서 남북 간 과제가 무엇인지 공감하고 확인한 것으로 보면 된다”고 설명했다.
판문점 공동취재단, 권지혜 기자 jhk@kmib.co.kr
사진=이병주 기자
그래픽=이은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