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내 종전 선언 뜻 모은 건 성과”… AP “비핵화 새 돌파구엔 실패”
WSJ “이번 회담은 핵 문제보다 남북 관계 개선에 초점 둔 듯”
백악관, 김정은 월경 직후 성명… “한반도 평화·번영 진전 바란다”
미국 언론과 전문가들은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27일 완전한 비핵화, 핵 없는 한반도를 실현하기로 합의한 데 대해 “구체성이 부족하다”면서 여전히 짚고 넘어가야 할 부분이 많다고 지적했다. 다만 남북이 연내 종전을 선언하기로 한 것에 대해선 큰 성과라고 평가했다.
뉴욕타임스(NYT)는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은 남북한 정상의 판문점 선언에서 북한이 핵무기를 없애기 위한 빠른 시간표를 내놓을 것으로 기대했겠지만 실제 선언에서는 구체적인 언급이 없었다고 전했다. 선언문에는 ‘완전한 비핵화를 통해 핵 없는 한반도를 실현한다는 공동의 목표를 확인했다’고 돼 있다.
워싱턴포스트(WP)도 “두 정상이 공동선언문을 도출한 것 자체가 놀랄 일”이라면서도 “그러나 비핵화가 어떤 의미인지 구체적이지 않다”고 분석했다. 그동안 트럼프 대통령은 북한이 기존에 만들어놓은 핵무기까지 폐기하는 게 비핵화라는 입장을 견지해 왔다.
보수 매체인 월스트리트저널(WSJ)은 공동선언문에 ‘평화’는 11번 언급됐지만 ‘핵’ 또는 ‘비핵화’라는 표현은 4번밖에 쓰이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이번 회담이 핵 문제보다는 남북 간 긴장완화와 관계개선에 초점이 맞춰졌다고 덧붙였다.
AP 통신은 판문점 선언이 ‘모호한(vague)’ 선언이라면서 “비핵화의 새 돌파구를 마련하는 데에는 실패했다”고 전했다.
북한 전문가인 미 MIT대 비핀 나랑 교수는 CNN 방송에 “선언문의 ‘비핵화’라는 말은 어느 일방의 군축을 의미하지 않는다”면서 “새로운 말도 아니고 각자의 해석도 다른 것이어서 앞으로 아주 조심스럽게 다뤄져야 할 부분”이라고 지적했다.
앞서 미국 백악관은 “남북 정상회담이 한반도의 평화와 번영을 향한 진전을 이루기 바란다”고 밝혔다. 백악관은 김 위원장이 군사분계선을 넘어 남한에 온 직후인 26일 밤(현지시간) 세라 샌더스 대변인 명의의 성명을 통해 이런 입장을 내놨다. 남북 정상회담 개최가 확인되자 곧바로 이를 환영한 것이다.
백악관은 성명에서 “문 대통령과 김 위원장의 역사적인 회담이 한반도 전체의 평화와 번영의 미래를 향한 진전을 이루기 바란다”고 말했다. 또 “트럼프 대통령과 김 위원장의 회담을 준비하는 과정에서도 한국과 견고한 논의를 이어가기를 고대한다”고 덧붙였다.
미 언론들은 김 위원장이 군사분계선에서 문 대통령과 악수하는 장면을 긴급 속보로 전하는 등 남북 정상회담 소식을 비중 있게 보도했다. CNN방송은 김 위원장이 비무장지대 판문점 남쪽 지역으로 걸어 내려오자 정규방송을 중단하고 이후 김 위원장이 문 대통령의 안내를 받으며 의장대를 사열하는 장면까지 6분 넘게 현장 상황을 생중계했다. CNN은 이라크 종군기자로 명성을 날린 앵커 크리스티안 아만포를 한국으로 파견해 이 장면을 생생하게 전달했다. CNN은 합의문 발표 뒤 “남북이 한국전쟁을 끝내기로 했다”는 소식을 톱뉴스로 전했다.
워싱턴=전석운 특파원 swch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