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 완전한 비핵화 합의했지만 구체성 부족”

외신들은 27일 남북 정상회담을 대서특필했다. 미국 CNN방송은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판문점 군사분계선을 넘는 모습을 ‘남북한이 미래로 발을 내디뎠다’는 제목을 달아 홈페이지 메인화면에 내걸었다. CNN 홈페이지 캡처
 
영국 BBC방송 역시 ‘김정은이 월경해 남한으로 갔다’는 글과 함께 두 정상이 악수하는 장면을 홈페이지 메인 화면에 썼다. BBC 홈페이지 캡처


“연내 종전 선언 뜻 모은 건 성과”… AP “비핵화 새 돌파구엔 실패”
WSJ “이번 회담은 핵 문제보다 남북 관계 개선에 초점 둔 듯”
백악관, 김정은 월경 직후 성명… “한반도 평화·번영 진전 바란다”


미국 언론과 전문가들은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27일 완전한 비핵화, 핵 없는 한반도를 실현하기로 합의한 데 대해 “구체성이 부족하다”면서 여전히 짚고 넘어가야 할 부분이 많다고 지적했다. 다만 남북이 연내 종전을 선언하기로 한 것에 대해선 큰 성과라고 평가했다.

뉴욕타임스(NYT)는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은 남북한 정상의 판문점 선언에서 북한이 핵무기를 없애기 위한 빠른 시간표를 내놓을 것으로 기대했겠지만 실제 선언에서는 구체적인 언급이 없었다고 전했다. 선언문에는 ‘완전한 비핵화를 통해 핵 없는 한반도를 실현한다는 공동의 목표를 확인했다’고 돼 있다.

워싱턴포스트(WP)도 “두 정상이 공동선언문을 도출한 것 자체가 놀랄 일”이라면서도 “그러나 비핵화가 어떤 의미인지 구체적이지 않다”고 분석했다. 그동안 트럼프 대통령은 북한이 기존에 만들어놓은 핵무기까지 폐기하는 게 비핵화라는 입장을 견지해 왔다.

보수 매체인 월스트리트저널(WSJ)은 공동선언문에 ‘평화’는 11번 언급됐지만 ‘핵’ 또는 ‘비핵화’라는 표현은 4번밖에 쓰이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이번 회담이 핵 문제보다는 남북 간 긴장완화와 관계개선에 초점이 맞춰졌다고 덧붙였다.

AP 통신은 판문점 선언이 ‘모호한(vague)’ 선언이라면서 “비핵화의 새 돌파구를 마련하는 데에는 실패했다”고 전했다.

북한 전문가인 미 MIT대 비핀 나랑 교수는 CNN 방송에 “선언문의 ‘비핵화’라는 말은 어느 일방의 군축을 의미하지 않는다”면서 “새로운 말도 아니고 각자의 해석도 다른 것이어서 앞으로 아주 조심스럽게 다뤄져야 할 부분”이라고 지적했다.

앞서 미국 백악관은 “남북 정상회담이 한반도의 평화와 번영을 향한 진전을 이루기 바란다”고 밝혔다. 백악관은 김 위원장이 군사분계선을 넘어 남한에 온 직후인 26일 밤(현지시간) 세라 샌더스 대변인 명의의 성명을 통해 이런 입장을 내놨다. 남북 정상회담 개최가 확인되자 곧바로 이를 환영한 것이다.

백악관은 성명에서 “문 대통령과 김 위원장의 역사적인 회담이 한반도 전체의 평화와 번영의 미래를 향한 진전을 이루기 바란다”고 말했다. 또 “트럼프 대통령과 김 위원장의 회담을 준비하는 과정에서도 한국과 견고한 논의를 이어가기를 고대한다”고 덧붙였다.

미 언론들은 김 위원장이 군사분계선에서 문 대통령과 악수하는 장면을 긴급 속보로 전하는 등 남북 정상회담 소식을 비중 있게 보도했다. CNN방송은 김 위원장이 비무장지대 판문점 남쪽 지역으로 걸어 내려오자 정규방송을 중단하고 이후 김 위원장이 문 대통령의 안내를 받으며 의장대를 사열하는 장면까지 6분 넘게 현장 상황을 생중계했다. CNN은 이라크 종군기자로 명성을 날린 앵커 크리스티안 아만포를 한국으로 파견해 이 장면을 생생하게 전달했다. CNN은 합의문 발표 뒤 “남북이 한국전쟁을 끝내기로 했다”는 소식을 톱뉴스로 전했다.

워싱턴=전석운 특파원 swchu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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