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설주 깜짝 등장… 남북 정상 첫 부부동반 만찬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숙 여사,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이설주 여사가 27일 판문점 평화의 집에서 열린 환영 만찬에서 잔을 들어 올리며 건배하고 있다. 남북 정상과 양측 퍼스트레이디는 충남 당진 면천 두견주로 건배를 했다. 판문점=이병주 기자
 
북한 수행원들이 27일 오후 판문점 북측 판문각에서 만든 옥류관 평양냉면을 남측 평화의집 만찬장으로 옮기고 있다. 이들은 4차례에 걸쳐 옥류관 냉면을 옮겨왔다. 판문점=이병주 기자


저녁 때 평화의집 도착… 남북 퍼스트레이디 외교
이설주 “남편이 회담 잘 됐다고 해 정말 기뻤다”
문재인 “백두산·개마고원 여행권 보내줄 수 있나”
김정은 “멈췄던 역사의 시계 다시 돌아가기 시작”


역사상 처음으로 남북 정상 부부의 만남이 성사됐다. 문재인 대통령 부인 김정숙 여사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부인 이설주 여사는 두 정상이 ‘판문점 선언’을 발표한 직후 회담장인 판문점 평화의집에 도착했다. 남북 간에 다른 외국과의 관계처럼 ‘영부인 외교’가 펼쳐진 셈이다.

이 여사는 27일 오후 6시15분쯤 김 위원장 전용차인 벤츠 리무진을 타고 평화의집 1층 로비에 도착했다. 먼저 와서 기다리고 있던 김 여사가 이 여사의 손을 잡으며 인사했다. 둘이 건물 안으로 들어서자 문 대통령과 김 위원장이 맞았다. 문 대통령이 “두 분이 인사를 나눴느냐”고 묻자 김 여사는 “인사했습니다”, 이 여사는 “저 깜짝 놀랐다”고 말했다.

이 여사는 김 위원장을 스스럼없이 ‘남편’이라고 호칭해 눈길을 끌었다. 이 여사는 문 대통령에게 “아침에 남편께서 회담 갔다 오셔서, 문재인 대통령님과 함께 진실하고 좋은 이야기도 많이 나누고 회담도 잘 됐다고 하셔서 정말 기뻤다”고 했다. 김 여사는 “미래에는 번영만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화답했다. 김 여사와 이 여사는 평화의집 가구 배치 등 인테리어와 관련해서도 얘기를 나눴다. 이 모습을 본 문 대통령은 “두 분이 전공도 비슷하기 때문에 앞으로 남북 문화예술 교류 그런 것을 많이 해주시면 좋겠다”고 덕담했다. 이 여사는 “두 분(문 대통령과 김 위원장)께서 하시는 일이 항상 잘 되도록 옆에서 정성을 기울이겠다”고 했다.

두 정상 부부는 잠시 환담한 후 환영 만찬에 참석했다. 문 대통령은 환영사에서 “김 위원장이 군사분계선을 넘어오는 것을 보며 나는 11년 전 노무현 대통령이 군사분계선을 넘어가던 모습을 떠올렸다”면서 “그러나 그 후 10년, 우리는 너무나 한스러운 세월을 보냈다. 장벽은 더욱 높아졌다. 김 위원장의 용단에 경의를 표한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건배를 제의하면서 “오래전부터 이루지 못한 꿈이 있는데 백두산과 개마고원 트레킹이다. 김 위원장이 그 소원을 꼭 들어줄 것이라고 믿는다”면서 “제가 퇴임하면 백두산과 개마고원 여행권 한 장 보내주시겠느냐”고 말해 좌중을 웃음 짓게 했다.

이에 김 위원장은 답사에서 “북과 남이 함께 모인 자리인데 누가 북측 사람인지, 누가 남측 사람인지 도저히 분간할 수 없는 이 감동적인 모습이야말로 진정 우리는 갈라놓을 수 없는 하나라는 사실을 다시금 인식하게 하는 순간”이라며 “가슴이 몹시 설렌다. 정말로 꿈만 같고 반갑다”고 했다. 김 위원장은 “오늘 우리는 악몽 같던 북남 사이의 얼어붙은 겨울과 영영 이별한다고 선고했으며 따뜻한 봄의 시작을 온 세상에 알렸다”며 “4월 27일은 역사의 새로운 출발점에서 멈춰졌던 시계의 초침이 다시 돌아가기 시작한 영원히 잊을 수 없는 순간으로 기억으로 남게 될 것”이라고 했다.

만찬에는 우리 측에서 문 대통령 부부 외에 더불어민주당 추미애 대표와 우원식 원내대표, 박지원 민주평화당 의원, 도종환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 외에 문정인 대통령 통일외교안보특보, 임동원 전 통일부 장관 등도 자리했다. 북측에서는 김 위원장 부부와 김영남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 김영철 노동당 부위원장, 김여정 당 제1부부장, 현송월 삼지연관현악단 단장 등이 참석했다.

참석자들은 스스럼없이 서로 어울렸다. 김 위원장은 2000년 6·15 남북공동선언의 주역인 박 의원에게 “여기서 이렇게 만나리라 생각 못했다. 6·15가 시작돼 오늘이 왔다”고 말했다. 김 위원장은 이산가족인 우 원내대표의 사연을 듣고 “우리가 해야 할 일이다. 절대로 후퇴하지 않겠다”고 했다. 김영철 부위원장은 임 전 장관을 알아보고 “도대체 지난 10년 동안 어디가 계셨느냐”고 인사했다. 두 사람은 1990년 남북 고위급 회담 대표로 처음 맞상대한 사이다.

판문점 공동취재단, 조성은 최승욱 기자 jse130801@kmib.co.kr

사진=이병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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