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녁 때 평화의집 도착… 남북 퍼스트레이디 외교
이설주 “남편이 회담 잘 됐다고 해 정말 기뻤다”
문재인 “백두산·개마고원 여행권 보내줄 수 있나”
김정은 “멈췄던 역사의 시계 다시 돌아가기 시작”
역사상 처음으로 남북 정상 부부의 만남이 성사됐다. 문재인 대통령 부인 김정숙 여사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부인 이설주 여사는 두 정상이 ‘판문점 선언’을 발표한 직후 회담장인 판문점 평화의집에 도착했다. 남북 간에 다른 외국과의 관계처럼 ‘영부인 외교’가 펼쳐진 셈이다.
이 여사는 27일 오후 6시15분쯤 김 위원장 전용차인 벤츠 리무진을 타고 평화의집 1층 로비에 도착했다. 먼저 와서 기다리고 있던 김 여사가 이 여사의 손을 잡으며 인사했다. 둘이 건물 안으로 들어서자 문 대통령과 김 위원장이 맞았다. 문 대통령이 “두 분이 인사를 나눴느냐”고 묻자 김 여사는 “인사했습니다”, 이 여사는 “저 깜짝 놀랐다”고 말했다.
이 여사는 김 위원장을 스스럼없이 ‘남편’이라고 호칭해 눈길을 끌었다. 이 여사는 문 대통령에게 “아침에 남편께서 회담 갔다 오셔서, 문재인 대통령님과 함께 진실하고 좋은 이야기도 많이 나누고 회담도 잘 됐다고 하셔서 정말 기뻤다”고 했다. 김 여사는 “미래에는 번영만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화답했다. 김 여사와 이 여사는 평화의집 가구 배치 등 인테리어와 관련해서도 얘기를 나눴다. 이 모습을 본 문 대통령은 “두 분이 전공도 비슷하기 때문에 앞으로 남북 문화예술 교류 그런 것을 많이 해주시면 좋겠다”고 덕담했다. 이 여사는 “두 분(문 대통령과 김 위원장)께서 하시는 일이 항상 잘 되도록 옆에서 정성을 기울이겠다”고 했다.
두 정상 부부는 잠시 환담한 후 환영 만찬에 참석했다. 문 대통령은 환영사에서 “김 위원장이 군사분계선을 넘어오는 것을 보며 나는 11년 전 노무현 대통령이 군사분계선을 넘어가던 모습을 떠올렸다”면서 “그러나 그 후 10년, 우리는 너무나 한스러운 세월을 보냈다. 장벽은 더욱 높아졌다. 김 위원장의 용단에 경의를 표한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건배를 제의하면서 “오래전부터 이루지 못한 꿈이 있는데 백두산과 개마고원 트레킹이다. 김 위원장이 그 소원을 꼭 들어줄 것이라고 믿는다”면서 “제가 퇴임하면 백두산과 개마고원 여행권 한 장 보내주시겠느냐”고 말해 좌중을 웃음 짓게 했다.
이에 김 위원장은 답사에서 “북과 남이 함께 모인 자리인데 누가 북측 사람인지, 누가 남측 사람인지 도저히 분간할 수 없는 이 감동적인 모습이야말로 진정 우리는 갈라놓을 수 없는 하나라는 사실을 다시금 인식하게 하는 순간”이라며 “가슴이 몹시 설렌다. 정말로 꿈만 같고 반갑다”고 했다. 김 위원장은 “오늘 우리는 악몽 같던 북남 사이의 얼어붙은 겨울과 영영 이별한다고 선고했으며 따뜻한 봄의 시작을 온 세상에 알렸다”며 “4월 27일은 역사의 새로운 출발점에서 멈춰졌던 시계의 초침이 다시 돌아가기 시작한 영원히 잊을 수 없는 순간으로 기억으로 남게 될 것”이라고 했다.
만찬에는 우리 측에서 문 대통령 부부 외에 더불어민주당 추미애 대표와 우원식 원내대표, 박지원 민주평화당 의원, 도종환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 외에 문정인 대통령 통일외교안보특보, 임동원 전 통일부 장관 등도 자리했다. 북측에서는 김 위원장 부부와 김영남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 김영철 노동당 부위원장, 김여정 당 제1부부장, 현송월 삼지연관현악단 단장 등이 참석했다.
참석자들은 스스럼없이 서로 어울렸다. 김 위원장은 2000년 6·15 남북공동선언의 주역인 박 의원에게 “여기서 이렇게 만나리라 생각 못했다. 6·15가 시작돼 오늘이 왔다”고 말했다. 김 위원장은 이산가족인 우 원내대표의 사연을 듣고 “우리가 해야 할 일이다. 절대로 후퇴하지 않겠다”고 했다. 김영철 부위원장은 임 전 장관을 알아보고 “도대체 지난 10년 동안 어디가 계셨느냐”고 인사했다. 두 사람은 1990년 남북 고위급 회담 대표로 처음 맞상대한 사이다.
판문점 공동취재단, 조성은 최승욱 기자 jse130801@kmib.co.kr
사진=이병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