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DL에서 영접하고 환송… 도보다리 산책·벤치 회담
김 위원장 오후 9시 27분 MDL 넘어 다시 북으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27일 오전 9시29분 군사분계선(MDL)을 넘어와 오후 9시27분 다시 북으로 돌아갔다. 김 위원장은 정상회담을 위한 11시간58분의 방남 일정 중 개별 오찬을 제외한 7시간30분을 문재인 대통령과 함께 보냈다. 함께 진행한 행사만 10개였고, 악수를 하며 기념사진을 찍은 것만 해도 수십 차례였다.
두 정상은 오전 9시28분 MDL을 사이에 두고 악수를 하는 것으로 정상회담 공식 일정을 시작했다. 문 대통령과의 짧은 대화 후 남쪽 땅을 밟은 김 위원장은 화동에게 환영 꽃다발을 받고 국군의장대를 사열했다. 남북 수행원들과의 인사까지 마친 남북 정상은 오전 10시15분 평화의집 2층 회담장에 함께 입장했다. 예정보다 회담이 15분가량 앞당겨진 것이다. 오전 정상회담은 약 100분간 진행됐다.
두 정상은 오전 11시55분쯤 오전 회담을 마무리하고 개별 오찬에 들어갔다. 김 위원장은 11시57분쯤 평화의집을 나와 검정색 벤츠 차량을 타고 잠시 다시 북측으로 돌아갔다.
오후 일정은 공동 식수 행사로 시작됐다. 김 위원장은 오후 4시27분 무렵 검정색 벤츠를 타고 MDL 인근 식수 장소를 찾았다. 김 위원장보다 2분 먼저 식수 장소에 도착한 문 대통령은 차에서 내린 김 위원장을 반갑게 맞았다. 1953년산 소나무를 함께 심으면서 문 대통령은 “소나무를 심은 것이 아니라 평화와 번영을 심은 것”이라고 강조했다. 공동식수행사는 두 정상과 양측 수행원들의 기념촬영으로 오후 4시35분쯤 마무리됐다.
이후 ‘도보다리’ 산책이 이어졌다. 공동식수를 마친 두 정상은 곧장 MDL 표식물이 있는 도보다리까지 함께 걸으며 담소를 나눴다. 표식물 앞에 도착한 문 대통령과 김 위원장은 오후 4시42분쯤 벤치에 도착해 단둘이 앉아 대화를 이어갔다. ‘벤치 회담’은 30분 뒤인 오후 5시12분까지 계속됐다. 오후 5시부터 30분 동안 진행될 예정이었던 ‘단독회담’ 일정이 사실상 벤치에서 이뤄진 셈이다. 두 정상은 오후 5시18분 무렵에야 평화의집으로 돌아왔다.
예상보다 ‘벤치 회담’이 길어지면서 판문점 선언 발표도 늦어졌다. 애초 남북 정상은 오후 5시40분 평화의집 1층 로비에서 판문점 선언 서명식을 하고, 공동 발표하려 했지만 실제 발표는 오후 6시2분쯤 이뤄졌다. 문 대통령과 김 위원장이 차례로 선언을 발표했다.
만찬을 앞두고는 김정숙 여사와 이설주 여사가 차례로 판문점에 모습을 드러냈다. 오후 5시53분쯤 김 여사가 먼저 평화의집을 찾았고 만찬을 20여분 앞둔 오후 6시18분쯤 분홍색 치마 정장을 차려입은 이 여사가 도착했다. 김 여사는 웃으며 걸어 나와 이 여사를 환영했다.
오후 6시40분쯤 시작된 만찬은 2시간 넘게 이어졌다. 고민정 청와대 부대변인 소개로 오연준군이 고(故) 김광석의 ‘바람이 불어오는 곳’을 부르자 이 여사는 웃음 띤 얼굴로 오군의 노래를 감상했다. 오군이 노래를 마치자 김 위원장도 박수를 치며 웃음을 지었다. 문 대통령이 “한 가마 밥을 먹으며 함께 번영하기를 진심으로 바란다”고 환영사를 하자, 김 위원장도 “이 역사적인 상봉과 합의를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이신 북과 남의 모든 분들께 진심으로 감사를 드린다”며 화답했다. 환영 만찬을 마친 뒤에는 김 위원장 부부를 위한 별도의 환송 행사 ‘하나의 봄’이 이어졌다. 모든 일정을 마친 뒤 김 위원장 부부는 차를 타고 오후 9시27분 MDL을 넘어 다시 북으로 돌아갔다.
판문점 공동취재단, 임주언 기자 eon@kmib.co.kr
사진=이병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