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 정상 “결코 뒤돌아가지 않을 것”… 합의 실천 강조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처음으로 정상 간 합의 발표를 위해 외신기자들 앞에 섰다. 문재인 대통령과 김 위원장은 27일 판문점 평화의집 로비 앞에서 역사적인 남북 정상회담 결과를 공동 발표했다.
남북 정상은 발표에서 이번 합의의 불가역적인 실천 의지를 강조했다. 문 대통령은 “이제 우리는 결코 뒤돌아가지 않을 것”이라고 선언했다. 김 위원장도 “역대 북남 합의서들처럼 불미스런 역사가 되풀이되지 않도록 두 사람이 무릎을 마주하고 소통·협력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2000년 6·15 공동선언과 2007년 10·4 정상선언 두 차례의 남북 정상 간 합의가 남측의 정권 교체 뒤 이행되지 않은 전례를 되풀이하지 않겠다는 취지다.
양 정상은 공동 발표에 앞서 평화의집에서 ‘한반도의 평화와 번영, 통일을 위한 판문점 선언’ 서명식을 가졌다. 서명을 마친 뒤에는 책상 앞으로 나와 악수했고, 왼쪽과 오른쪽으로 번갈아 고개를 교차하며 포옹했다. 손을 맞잡은 뒤 하늘 높이 치켜들며 웃음을 터뜨렸다. 상대측 공식 수행원과 일일이 악수한 뒤 공동 발표장으로 입장했다.
문 대통령의 소감 발표가 끝나자 김 위원장이 양복 상의에서 꺼낸 원고를 읽기 시작했다. 김 위원장은 좌우로 몸을 흔들며 원고를 읽어 내렸다. 목소리가 다소 떨리기도 했다. 북한 지도자의 역사적인 정상외교 데뷔는 판문점에서 이뤄졌다.
강준구 기자 eyes@kmib.co.kr
文대통령 “담대한 발걸음… 평화의 시대 열려”
존경하는 남북 국민 여러분, 해외 동포 여러분.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나는 평화를 바라는 8000만 겨레의 염원으로 역사적인 만남을 갖고 귀중한 합의를 이뤘다. 한반도에 더 이상 전쟁은 없을 것이며 평화의 시대가 열리고 있음을 함께 선언했다. 분단의 아픔과 설움 속에서도 끝내 극복할 수 있다고 믿었기에 우리는 이 자리에 설 수 있었다.
김 위원장과 나는 완전한 비핵화를 통해 핵 없는 한반도를 실현하는 것이 공동목표라는 것을 확인했다. 북측이 먼저 취한 핵 동결 조치들은 대단히 중요한 의미를 갖고 있다.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를 위한 소중한 출발이 될 것이다. 완전한 비핵화를 위해 남과 북이 더욱 긴밀히 협력해 나갈 것을 분명히 밝힌다.
우리는 또한 종전선언과 평화협정을 통해 한반도의 불안정한 정전체제를 종식시키고 항구적이고 공고한 평화체제를 구축해 나가기로 합의했다. 한반도를 둘러싼 국제질서를 근본적으로 바꿀 수 있는 매우 중요한 합의다. 이제 우리가 사는 땅 하늘 바다 어디에서도 서로에 대한 일체의 적대행위를 하지 않을 것이다. 우발적인 충돌을 막을 근본대책들도 강구해 나갈 것이다. 비무장지대는 실질적인 평화지대가 될 것이다. 서해 북방한계선(NLL) 일대를 평화수역으로 만들어 우발적인 군사적 충돌을 방지하고 남북 어민들의 완전한 어로 활동을 보장할 것이다.
나는 대담하게 오늘의 상황을 만들어내고 통 큰 합의에 동의한 김 위원장의 용기와 결단에 경의를 표한다. 우리는 주도적으로 민족의 운명을 결정해 나가되 국제사회의 지지와 협력을 얻기 위해 함께 노력하기로 했다. 김 위원장과 나는 서로에 대한 굳건한 믿음으로 평화와 번영, 통일을 위해 정기적인 회담과 직통전화를 통해 수시로 논의할 것이다. 우리는 결코 뒤돌아가지 않을 것이다.
나는 김 위원장과 함께 남북 모두의 평화와 공동의 번영과 민족의 염원인 통일을 우리 힘으로 이루기 위해 담대한 발걸음을 시작했다. 남북 당국자들은 긴밀히 대화하고 협력할 것이다. 각계각층의 다양한 교류와 협력도 즉시 진행할 것이다. 이산가족들의 만남이 시작될 것이며 고향을 방문하고 서신을 교환할 것이다. 남북 당국자가 상주하는 남북 공동연락사무소를 개성에 설치하기로 한 것도 매우 중요한 합의다. 여기서 10·4 정상선언 이행과 남북 경협사업의 추진을 위한 남북 공동조사 연구작업이 시작될 수 있기를 기대한다. 여건이 되면 각각 상대방 지역에 연락사무소를 두는 것으로 발전해 나갈 수 있을 것이다.
김 위원장과 나는 한반도 비핵화와 항구적 평화, 민족 공동번영과 통일의 길로 향하는 흔들리지 않는 이정표를 세웠다. 김 위원장의 통 큰 결단으로 남북 국민과 세계에 좋은 선물을 드릴 수 있게 됐다.
발표 방식도 특별하다. 정상회담 후 북측의 최고지도자가 직접 세계의 언론 앞에 서서 공동발표를 하는 것은 사상 처음인 것으로 안다. 대담하고 용기 있는 결정을 내려준 김 위원장에게 박수를 보낸다.
김정은 “北南 원래대로 하나 돼 번영 누릴 것”
친애하는 여러분. 북과 남 해외동포 형제자매들. 오늘 저와 문재인 대통령은 분열의 비극과 통일의 열망이 동결돼 있는 이곳 판문점에서 역사적 책임과 사명감을 안고 첫 회담을 가졌다. 나는 먼저 회담의 성공적 개최를 위해 많은 노고를 바치신 문재인 대통령과 남측 관계자 여러분께 깊은 사의를 표한다. 또한 우리들을 성대히 맞아주고 따뜻한 정을 더해준 남녘 동포에 감사의 인사를 드린다.
북남이 오늘 다시 두 손을 맞잡기까지 긴 시간이 흘렀고 우리 모두는 너무 오랫동안 한 마음으로 기다렸다. 정작 마주치니 북과 남은 서로 갈라져 살 수 없는 한 혈육이며, 그 어느 이웃에도 비길 수 없는 동족이라는 것을 가슴 뭉클하게 절감하게 됐다.
이토록 지척에 살고 있는 우리는 싸워야 할 이민족이 아니라 화목하게 살아야 할 한핏줄 한민족이다. 우리 민족의 새로운 미래를 개척할 결심을 안고 나는 오늘 판문점 분리선을 넘어 여기에 왔다. 저와 문재인 대통령은 북남 인민들이 절실히 바라는 문제 해결을 위해 많은 의제를 진지하게 논의했다. 온겨레가 전쟁 없는 평화로운 땅에서 번영과 행복을 누리는 새 시대를 열어나갈 확고한 의지를 같이 하고 실천적 대책에 합의했다.
이미 채택된 북남 선언과 모든 합의를 철저히 이행해 관계 개선과 전환적 국면을 이뤄나가기로 했다. 저와 문재인 대통령은 방금 오늘 회담에서 합의된 의제와 구체적 조치를 반영한 판문점선언을 채택하고 선언했다. 우리가 오늘 수표한 이 합의가 역대 합의서처럼 시작만 뗀 불미스러운 역사가 되풀이되지 않도록 우리 두 사람이 무릎을 마주하고 긴밀히 협력해 반드시 좋은 결실이 맺어지도록 노력해나갈 것이다.
오늘 내가 다녀간 이 길로 북남 모든 사람들이 자유롭게 오갈 수 있고 판문점이 평화의 상징이 된다면 북남은 원래대로 하나가 돼 민족의 끝없는 번영을 누리게 될 것이다.
북과 남, 해외의 친애하는 여러분. 굳은 의지를 가지고 끝까지 밀고 나가면 닫혀있던 문도 활짝 열리게 된다. 북남이 이해와 믿음에 기초해 민족의 대의를 먼저 생각하고 그 모든 것을 지향시켜 나간다면 북남 관계가 더욱 가속화될 것이다. 위대한 역사는 저절로 창조되고 이룩되지 않으며 그 시대 인간들의 성실한 노력 뜨거운 숨결의 응결체다.
우리 민족이 화해와 단합, 평화와 번영을 위해 반드시 창조해나가야 할 모든 것을 완전무결하게 해놓음으로써 역사적 책임과 시대적 의무를 다 해나가야 할 것이다. 그 길에는 외풍과 역풍이 있을 수 있고 좌절과 시련이 있을 수 있다. 고통 없이 승리가 없듯이, 시련이 없이 영광이 없듯이 언젠가는 도전을 이겨내고 헤쳐 갈 날들을 즐겁게 추억하게 될 것이다.
여러분, 우리 모두 뜻과 힘을 합치고 지혜를 모아 평화번영의 새 시대, 새로운 꿈과 희망의 미래로 한걸음 한걸음 전진해 나갑시다. 회담이 결실을 맺을 수 있도록 지지와 격려 보내준 동포들에게 다시 한번 뜨거운 인사드린다. 우리의 역사적 만남에 커다란 관심 표시해준 기자들에게도 사의를 표한다.
사진=이병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