金 “시계 2개 가슴 아파… 우리가 원래대로 돌아가겠다”
文 “北도 과학기술 강국 목표 다른 표준도 맞춰 나가자”
시차 따른 사회·경제적 비용 커 활발한 교류 대비 조치인 듯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지난 27일 문재인 대통령에게 “평양 표준시를 서울 표준시에 맞추겠다”고 말했다. 북한은 조만간 시간 조정을 위한 후속 절차에 착수할 것으로 보인다. 2015년 8월 15일부터 적용된 평양 표준시는 약 3년 만에 원점으로 돌아간다. 평양 표준시는 서울 표준시보다 30분 늦다.
김 위원장은 27일 오후 남북 정상회담 뒤 문 대통령 내외와 환담 자리에서 “평화의집 대기실에 시계가 2개 걸려 있었다. 하나는 서울 시간, 다른 하나는 평양 시간을 가리키고 있었는데 이를 보니 매우 가슴이 아팠다”며 “시간부터 먼저 통일하자”고 제안했다.
김 위원장은 환영만찬 전 판문점 평화의집에서 문 대통령에게 “먼저 이야기해야 할 것 같은데”라며 현장에 있던 남북 전속 사진사들에게 나가달라고 얘기한 뒤 표준시 얘기를 꺼냈다. 그러면서 “왜 자꾸 갈라져가는 걸 만드는지 모르겠다. 합치려고 해야 한다”며 “남북은 같은 땅이고 이곳에 오기까지 불과 몇 m 걸어왔을 뿐인데 시간이 왜 다른가. 오늘 좋은 합의를 했으니 이번 기회에 시간을 통일하자”고 말했다. 또 “같은 표준시를 쓰던 우리가 바꾼 것이니 우리가 원래대로 돌아가겠다. 이를 대외적으로 발표해도 좋다”고 강조했다.
문 대통령은 “북한도 과학기술 강국을 목표로 한다고 들었다”며 “표준시 외에도 남북 표준이 다른 것들이 있는데 맞춰 나가자고 화답했다”고 청와대가 29일 밝혔다.
평양 표준시는 2015년 8월 5일 북한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회 결정으로 제정됐다. 기준은 현재 시간보다 30분 늦은 동경 127도30분을 기준으로 하는 시간이다. 이는 광복 70주년인 그해 8월 15일부터 적용됐다.
북한의 평양 시간 제정 명분은 일제잔재 청산이었다. 서울 표준시는 일제 강점기 때인 1912년 일본 표준시에 맞춰 변경돼 지금까지 사용되고 있다. 북한의 평양 표준시 제정은 1908년 대한제국 때 사용된 시간으로 돌아가겠다는 취지였다.
김 위원장의 결정은 향후 경제협력 등 남북 교류가 활발해질 것을 대비한 조치로 보인다. 30분 시차에 따른 사회적·경제적 비용이 적지 않을 것이라는 계산 때문이다. 지난 27일 남북 정상회담 취재 과정에서 30분의 시차 때문에 생긴 해프닝도 있었다. 판문점 군사분계선 부근까지 접근한 기자들의 휴대전화 시간이 평양 표준시로 변경됐기 때문이었다. 시간이 변경된 한 기자가 ‘8시32분 문 대통령, 평화의집 도착’이라는 공지를 올렸는데, 문 대통령은 우리 시각으로 9시2분 평화의집에 도착했다.
윤영찬 청와대 국민소통수석은 “표준시 통일은 북한 내부적으로도 많은 행정적 어려움과 비용을 수반하는 문제”라며 “김 위원장이 이렇게 결정한 것은 국제사회와의 조화와 일치에 더욱 적극적으로 나서겠다는 의미이자 향후 예상되는 남북, 북·미 간 교류 협력의 장애물을 제거하겠다는 결단”이라고 평가했다.
‘시간 통일’은 향후 진행될 남북 표준 동일화 작업의 시발점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앞으로 산업·경제·교통 분야의 남북 표준을 일치시켜야 중국의 대북 영향력을 줄일 수 있다는 시각도 있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는 “앞으로 남북 간 기술과 제품, 교통에 대해 표준화할 것이 많이 남아 있다. 그런 것을 다 염두에 둔 조치로 보인다”고 말했다.
문동성 기자 theMoon@kmib.co.kr
사진=이병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