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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털 댓글 소수가 점령… 6개월간 계정 179만개가 여론몰이



소수의 계정이 포털의 뉴스 댓글 서비스를 점유하며 댓글을 양산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여론을 대표할 자격을 갖지 못했으면서도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포털의 댓글 기능을 폐지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포털·댓글 통계 분석 사이트 워드미터에 따르면 2017년 10월 30일부터 2018년 4월 29일(오후 2시 기준)까지 6개월간 네이버 뉴스에 한 번이라도 댓글을 남긴 계정은 총 178만9254개다. 네이버 가입 회원이 약 4200만명이므로 한 사람이 하나의 계정만 있다고 가정하면 회원 4.3%만 6개월 동안 댓글을 남긴 셈이다. 실제로는 한 사람이 최대 3개 계정을 만들 수 있으므로 계정 수는 4200만개보다 더 많고 댓글 활동을 하는 회원 비율은 4.3%보다 더 낮을 가능성이 크다.

네이버 뉴스에 댓글을 남긴 사람 중에서도 극히 일부만 활발하게 활동하는 것으로 분석된다. 지난 6개월간 1000건 이상 댓글을 작성해 ‘헤비 댓글러’로 볼 수 있는 계정은 3765개로 전체 댓글 작성자의 0.2% 수준에 그친다. 100건 이상의 댓글을 단 계정도 전체의 6%에 불과하다. 댓글을 많이 작성한 순서대로 상위 100개 계정이 단 댓글 수는 무려 23만1928건이다.

한국언론진흥재단이 지난해 낸 보고서를 보면 우리 국민의 77%가 포털을 통해 뉴스를 읽는다. 네이버를 비롯한 포털의 뉴스 댓글에서 제기된 주장이 여론에 강한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는 구조다. 하지만 언론, 여론조사 등에 비해 포털의 댓글 서비스는 강한 규제를 받지 않는다.

전문가들은 포털 댓글의 부정적인 역할에 대해 강한 우려를 나타내고 있다. 2012년 대선개입 논란과 올해 ‘드루킹 사태’까지 겪었으면서도 관리를 포털에만 맡기고 있고, 포털은 땜질식 자구책만 내놓고 있다는 비판이다. 이에 포털의 댓글 기능을 없애고 기사를 선택하면 해당 언론사 사이트로 넘어가 기사를 보게 하는 ‘아웃링크’ 방식을 전면 도입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온다.

한규섭 서울대 언론정보학과 교수는 “포털의 댓글은 대표성을 가지는 여론이라고 보기 어렵다”면서 “댓글의 의견은 실제 여론과 무척 다를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여론조사의 경우 선거 표심에 영향을 주는 것을 막기 위해 공표 금지 기간을 둔다”면서 “그런데 사람들의 의견에 큰 영향을 주고 심지어 조작까지 가능한 댓글은 제재받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도준호 숙명여대 미디어학부 교수는 “네이버를 비롯한 포털은 스스로 언론의 역할을 하지 않는다고 주장한다”면서 “이는 사회적, 공적 책무를 수행하라는 요구를 받는 것이 부담스럽기 때문”이라고 진단했다. 도 교수는 이어 “이윤은 챙기면서 언론의 역할을 거부한다면 차라리 아웃링크 제도를 도입해 댓글 관리 역할을 언론사에 맡겨야 한다”고 제언했다.

유성열 오주환 기자 nukuva@kmib.co.kr

그래픽=공희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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