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미 정상회담 개최지로 싱가포르 등 2∼3곳 거론
푸틴, 6월 러 월드컵 맞춰 문 대통령 국빈 방문 요청
문재인 대통령은 28∼29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잇달아 통화를 하고 남북 정상회담 결과를 설명하면서 판문점 선언에 대한 협력을 요청했다.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과도 시 주석의 국내 일정이 마무리되는 대로 통화하기로 했다고 청와대가 밝혔다.
문 대통령과 트럼프 대통령은 5월말로 예상되는 북·미 정상회담에서 완전한 비핵화 실현을 위한 구체적 방안이 합의에 이를 수 있도록 긴밀한 협의를 계속해 나가기로 합의했다.
문 대통령은 28일 오후 9시15분부터 1시간15분간 트럼프 대통령과 전화 통화를 했다. 취임 이후 13번의 통화 중 가장 긴 시간이었다. 한·미 정상은 처음으로 남·북·미 3자 정상회담 개최와 관련한 논의도 했다고 청와대가 29일 밝혔다.
문 대통령은 통화에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도 역사적인 북·미 정상회담을 가능케 한 트럼프 대통령의 결단을 높이 평가했다”며 “김 위원장은 트럼프 대통령과 만나면 잘 통할 것 같다고 했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언제라도 문 대통령의 전화를 최우선적으로 받겠다”며 남북 정상회담의 성과를 높이 평가했다. 또 “김 위원장과의 회담을 고대하고 있고, 북·미 정상회담에서도 매우 좋은 성과가 있을 것”이라고 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판문점 선언을 통해 완전한 비핵화와 핵 없는 한반도 실현 목표를 확인한 것은 남북뿐 아니라 전 세계에 매우 반가운 소식”이라고 말했다. 두 정상은 또 남북 간 종전선언 추진 합의에도 공감을 표시하고 남·북·미 정상회담 문제도 논의했다. 남·북·미 3자 정상회담 문제가 한·미 정상 사이에서 논의된 것은 북한이 적극적으로 비핵화 의지를 표명한 데 따른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트럼프 대통령은 6월 초 정도로 알려졌던 북·미 정상회담 개최 시기도 앞당기겠다는 뜻을 밝혔다. 2∼3곳으로 회담 후보지를 압축하고, 각 장소의 장단점에 대해서도 문 대통령과 논의했다.
문 대통령은 이날 아베 일본 총리와 54분간 통화했다. 문 대통령은 “아베 총리가 북한과 대화할 의사가 있고, 특히 과거사 청산에 기반한 북·일 국교 정상화를 바라고 있다는 점을 김 위원장에게 전달했다”고 말했다. 아베 총리는 일본도 북과 대화할 기회를 마련할 계획이고, 필요하다면 문 대통령에게 도움을 청하겠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도 “북·일 사이에 다리를 놓는 데 기꺼이 나서겠다”고 답했다.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한·일 정상 간 통화에서 일본인 납북자 문제에 대한 얘기도 나왔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문 대통령이 일본인 납북자 문제에 대해 김 위원장에게 상당히 구체적으로 말했고, 아베 총리가 이에 대해 감사를 표했다”고 설명했다.
문 대통령은 이날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도 통화했다. 푸틴 대통령은 “남북 정상회담의 성과가 남·북·러 3각 협력 사업으로 이어져야 한다. 러시아의 철도, 가스, 전력 등이 한반도를 거쳐 시베리아로 연결되면 한반도의 안정과 번영에 기여할 것”이라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남·북·러 3자가 함께 관련 사업에 대한 공동 연구에 착수했으면 좋겠다”고 답했다. 푸틴 대통령은 6월 러시아 월드컵에 맞춰 문 대통령에게 국빈 자격으로 러시아를 방문해 달라고 요청했다.
박세환 기자 foryou@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