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디아고 ‘연장 이글’로 21개월만에 정상… 끝내 울었다

리디아 고가 30일(한국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샌프란시스코의 레이크 머세드 골프클럽에서 열린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메디힐 챔피언십 4라운드 15번 홀에서 버디를 잡은 뒤 기뻐하고 있다. AP뉴시스
 
최종 합계 12언더파 276타로 우승하고 1년 9개월 만에 LPGA 투어 정상에 복귀한 뒤 트로피를 들고 환하게 웃는 모습. AP뉴시스


올 시즌 앞두고 새 스윙코치 선임
호주 교포 이민지 따돌리고 우승
통산 15승 수확… 감격의 눈물 흘려


연장 첫 번째 홀인 18번 홀(파5). 리디아 고(21·뉴질랜드)가 두 번째 샷을 핀 1m 가까이에 붙였다. 이민지(22·호주)는 버디를 낚고 홀 아웃했다. 리디아 고는 침착하게 챔피언 퍼트를 이글로 마무리했다.

2016년 7월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마라톤 클래식 우승 이후 1년 9개월 만에 정상에 복귀한 순간이었다. 그동안의 마음고생이 생각난 듯 감격의 눈물을 흘렸다.

리디아 고는 30일(한국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샌프란시스코의 레이크 머세드 골프클럽(파72·6507야드)에서 열린 LPGA 투어 메디힐 챔피언십 4라운드에서 버디 5개와 보기 4개로 1언더파를 기록했다. 최종 합계 12언더파 276타를 기록한 리디아 고는 연장전에서 이민지를 따돌리고 투어 통산 15승을 달성했다.

리디아 고는 우승 후 “지난 14번의 우승 땐 운 적이 없었던 것 같다. 그동안 압박감을 많이 받았는데 (이번 우승으로) 어깨의 많은 짐을 내려놓은 것 같다”며 “전반에 보기 3개를 범했을 때 당황했지만 ‘아직 끝난 게 아니다’며 긍정적으로 생각하려고 노력했다”고 소감을 전했다.

리디아 고는 아마추어 시절부터 ‘천재’ 소리를 들었다. 14세이던 2011년 1월 호주에서 열린 호주여자프로골프 투어 뉴사우스 웨일즈오픈에서 전 세계 남녀 통틀어 프로 대회 최연소(14세 9개월 5일) 우승을 차지했다.

2014년 프로로 데뷔한 리디아 고는 무서운 기세로 LPGA 투어를 평정했다. 2015년 2월엔 박인비를 밀어내고 17세 9개월 8일의 나이로 최연소 세계랭킹 1위에 올랐다. 그해 9월 13일엔 에비앙 챔피언십에서 우승, 18세 4개월 20일 나이에 최연소로 메이저 대회를 제패했다.

거침없이 질주하던 리디아 고는 2016 시즌을 마친 뒤 프로 데뷔 초기의 스윙으로 돌아가기 위해 스윙코치를 데이비드 레드베터에서 게리 길크리스트로 교체했다. 그리고 캐디와 용품, 그립 등도 바꿨다. 경기력에 영향을 미치는 것들을 모두 교체한 모험의 결과는 참담했다. 리디아 고는 2017 시즌 부진에 빠지며 세계랭킹 1위 자리에서 내려왔고 1승도 올리지 못했다. 부모와 본인의 조급함으로 천재성을 잃어버렸다는 주위의 수근거림도 있었다.

리디아 고는 올 시즌을 앞두고 코리안투어와 아시안투어에서 활동했던 오태근(미국명 테드 오·41)을 새 스윙코치로 선임했다. 한국에서 태어나 7세 때 미국으로 이민 간 오 코치는 주니어 시절 ‘골프 황제’ 타이거 우즈와 캘리포니아주에서 랭킹 1, 2위를 다퉜을 정도로 뛰어난 실력자였다. 리디아 고는 이번 시즌 개막을 앞두고 애리조나주 피닉스에서 오 코치와 함께 5주간 일주일에 5일, 하루 9시간씩 강도 높은 훈련을 하며 스윙 템포와 밸런스를 조정했다. 리디아 고는 헝클어진 스윙을 조금씩 바로잡았다. 그리고 2년 가까운 시행착오를 딛고 화려하게 부활했다.

김태현 기자 taehyu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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