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동 번영 획기적 전기 마련” 남·북·미 3각 채널 가동 협의
국제 사회 대북제재 등 감안 그동안 경협문제는 거론 안해
조만간 개최될 북·미 회담 긍정적 결과 도출 예상한 듯
김정은에게 ‘신경제지도’ 포함 책자·PT 영상 USB 전달
문재인 대통령이 남북 경협 확대 방안을 검토하라고 공식 지시했다. 청와대는 남북 정상회담 이전까지는 국제사회의 대북 제재 등을 감안해 경협 문제를 공개적으로 거론하지 않았다. 남북 정상회담 공식 의제에서도 경협 문제는 제외됐다. 때문에 문 대통령의 지시가 남·북·미 3자 간 대북 제재 완화 문제 등에 대한 내부 공감대에 따른 것이라는 해석이 나오고 있다.
문 대통령은 30일 청와대에서 수석보좌관회의를 주재하고 “(남북 정상회담에서) 남북 공동 번영을 위한 획기적인 계기가 마련됐다”며 “분야별 대화 체계의 전면 복원과 함께 남북 공동연락사무소를 통해 상시 협의의 틀을 마련하고 지속 가능한 관계 개선이 정착되도록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남북 정상회담 준비위원회의 이행추진위원회 개편, 속도감 있는 후속조치, 남·북·미 3각 대화 채널 가동을 지시했다. 문 대통령은 특히 후속조치와 관련해 “당장 시작할 수 있는 일이 있고, 여건이 갖춰지기를 기다려야 하는 것도 있다”며 “잘 구분해 당장 시작할 수 있는 것은 빠르게 추진하고, 여건이 갖춰져야 하는 건 사전 조사·연구부터 시작하기 바란다”고 당부했다.
‘여건이 갖춰져야 하는 것’은 남북 경제 협력을 의미한다. 청와대 관계자는 “현실적으로 북·미 정상회담이 끝나기를 기다려야 하는 부분들이 있다”며 “나중에 제재가 풀릴 것을 대비해 남북이 어떤 경협 사업을 할 수 있는지 공동 조사·연구를 하고, 남·북·러 3각 경협도 공동 조사·연구에 포함시킬 것”이라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지난 27일 남북 정상회담에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에게 ‘한반도 신경제지도’ 구상이 포함된 책자와 프레젠테이션 영상이 담긴 USB도 전달했다.
현재 남북 경협은 5·24 대북 제재 조치 등 정부 독자 제재는 물론 유엔 안보리 제재, 미국의 독자 제재라는 삼중 견제장치가 마련돼 있다. 남북 정상회담 결과만으로 정부가 이를 해제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그럼에도 문 대통령이 경협 확대 방안 검토를 직접 지시한 것은 조만간 개최될 북·미 정상회담의 긍정적 결과를 예상한 것으로 관측된다. 북·미의 사전 조율 과정에서 경제 제재 문제가 어느 정도 진전을 이룬 게 아니냐는 것이다. 미국은 유엔 안보리의 핵심 상임이사국이다. 미국이 대북 제재 해제에 적극 나선다면 안보리도 이에 동의할 가능성이 높다. 같은 상임이사국인 중국과 러시아도 대북 제재를 해제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청와대는 남북 정상회담 이행추진위 구성도 북·미 정상회담 이후로 미룰 방침이다. 또 준비위와 달리 이행추진위에는 경제부처를 포함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경제 파트가 이행추진위에 결합하려면 일단 남북 간 경협 사업이 정해져야 한다”며 “북·미 정상회담이 끝나고 난 뒤에야 경협 본격화를 위한 경제부처 결합 문제를 논의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남북 정상회담을 통해 남북 간 경제 협력을 정상화하고 확대한다는 방향은 잡혀 있다. 북·미 정상회담에서는 (확대) 속도가 결정된다고 보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강준구 기자 eye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