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잃어버린 10년’ 현대아산에도 봄이 오나





소떼 방북→경협 확대로 설립 금강산 등 관광객 年 35만 2008년 이후 대북사업 멈춤
최근 남북경협 재개 기대감 3개월이면 모든 준비 가능
“北, 독점적 권리 파기 선언 일방적 결정 다시 논의해야”


“금강산 관광 시설물을 마지막으로 육안으로 확인한 것이 2015년 12월입니다. 가서 봐야 알겠지만 3개월이면 시설물을 점검하고 관광을 재개할 수 있을 것으로 봅니다.”

현대아산 창립멤버인 이제희 부장은 1일 “남북 정상회담 이후 회사의 기대감이 엄청 커졌다”고 했다. 그는 “금강산 관광 재개에 대한 기대는 늘 있었다”며 “(정상회담이) 큰 사건이고 북한도 달라진 것 같아 저희도 기쁜 마음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잃어버린 10년’을 보낸 현대아산이 봄을 맞을 준비를 하고 있다. 대북 경협의 맏형 기업인 현대아산은 이명박 박근혜 정부 내내 제대로 된 관광사업 한번 해보지 못했다. 하지만 남북 관계에 봄바람이 불면서 현대아산의 기대도 커지고 있다.

현대아산은 고(故) 정주영 회장의 소떼 방북 이후(1998년 6월), 1999년 남북경제협력사업에 따라 설립됐다. 남북 관계가 개선되면서 2007년 전성기를 맞았다. 한 해 동안 금강산 등 북한 관광객이 35만여명에 달하던 시절이었다. 매출은 2500억원이 넘었고, 영업이익도 196억원이었다.

하지만 2008년 7월 금강산에서 박왕자씨 피살 사건이 일어났고 이어 남북 관계가 얼어붙었다. 현대아산의 주요 사업은 대북 경협, 건설 부문으로 이뤄지는데 대북 사업은 지난 10년간 개점휴업 상태였다. 현대아산은 지난해 매출이 1267억원에 그쳤고 영업손실은 68억원을 기록했다. 금강산 관광이 한창일 때는 관광 매출이 60%, 건설 등 나머지가 40%를 차지했지만 지금은 건설이 매출의 90%를 차지할 정도로 사업 구조가 바뀌었다. 지난 10년간 누적 영업손실은 2000억원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졌다. 현대아산의 재무 상태도 누적 손실 탓에 좋지 않은 상황이다.

직원 수도 2007년 1000명을 넘었지만 지금은 150명 수준이다. 수차례 구조조정으로 남북 경협 전문 인력은 상당수 명예퇴직 형식 등으로 현직을 떠난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현대아산은 ‘판문점 선언’ 이후 재기를 기대하고 있다. 아직 태스크포스(TF) 등 경협 재개를 위한 조직이 구성되지 않았지만 남북 협상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현대아산은 정상회담 이후 홈페이지에 자동 팝업창을 띄우면서 “‘남북 경협을 선도하는 기업’이란 모토 아래 멈추지도 흔들리지도 않고 담담하게 최선을 다해 나갈 것”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특히 현대아산은 남북 정상회담을 전후로 금강산 관광 재개에 대비해 마련해둔 매뉴얼을 점검하고 있으며 특히 ‘관광경협본부’를 보강하는 방안을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10년의 공백 탓에 여러 난제도 있다. 우선 북한이 현대아산의 독점적 권리를 얼마나 인정할 것인가 여부다. 북한은 2011년 6월 금강산 관광 사업에서 현대아산의 독점적 권리를 인정하지 않는 ‘금강산국제관광특구법’을 제정한 바 있다. 현대아산 측은 이에 대해 “북한이 2011년 일방적으로 선포한 것이므로 아산의 독점적 권리가 소멸됐다고 볼 수 없다”며 “다시 논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경협 분위기는 무르익었지만 촘촘한 대북 제재가 여전한 탓에 사업 재개 일정을 전망하기도 어렵다.

임강택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경협 기대감이 커진 것은 자연스럽고, 여건이나 환경도 좋아질 것 같다”면서도 “대북 제재 문제나 남북 간 여러 단절을 재개하는 과정에서 풀어야 할 실무적·기술적 문제가 적지 않다”고 전망했다.

임성수 기자 joylss@kmib.co.kr

그래픽=안지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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