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공 중에서 광속은 초속 30만㎞로 절대 불변량이다. 그래서 거리 표준도 광속을 기준으로 정해졌다. 현재 1㎞ 표준은 빛이 30만분의 1초 동안 진행한 거리다. 하지만, 빛이 물질 속을 전파해 나갈 때는 속도가 떨어진다. 빛이 물질과 상호작용하면서 시간이 정체되기 때문이다. 우리가 길을 갈 때 아는 사람을 만나면 인사하느라 시간이 정체되는 것과 같은 이치이다. 예를 들어 물속에서 광속은 진공에서의 75% 수준으로 떨어진다. 광속이 줄어드는 비율의 역수는 그 물체의 ‘굴절률’로 정의된다. 따라서 물의 굴절률은 1/0.75=1.33 정도다. 빛이 한 물체에서 다른 물체로 입사될 때 빛은 굴절되는데, 그 이유는 바로 두 물질 속에서의 광속 차이, 즉 굴절률의 차이 때문이다.
물질의 밀도가 높을수록, 온도가 높을수록 빛의 속도는 더욱 감소한다. 빛이 상호작용할 가능성이 높아지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태양의 중심에서 핵융합 반응으로 만들어진 빛이 태양 밖으로 탈출하는 데는 수만년의 시간이 걸린다. 진공이라면 2초 정도면 빠져나올 수 있다. 하지만 태양 내부는 1000만도 온도에 밀도가 매우 높아서 평균 광속은 대략 1조분의 1 정도로 줄어들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태초의 우주는 어땠을까.
최신 물리학 이론에 의하면, 우주는 138억년 전 빅뱅 과정을 통해서 탄생했다. 빅뱅이 일어난 직후에는 우주가 너무 뜨겁고 밀도도 매우 높아서 광속은 거의 0 수준이었다. 빛은 내부에 갇힌 채 우주 공간으로 탈출하지 못했다. 빅뱅으로부터 30만년 정도 지난 후에 우주가 식으면서 수소 원자도 생성됐고, 비로소 빛이 전 우주로 퍼져 나갈 수 있었다고 한다. 창세기 1장 3절 ‘하나님이 이르시되 빛이 있으라 하시니 빛이 있었고’라는 대목은 아마도 이때를 말씀하는 것 같다. 펜자이스와 윌슨은 바로 태초에 전 우주로 퍼져 나간 빛의 흔적인 우주배경복사를 관측한 공로로 1978년에 노벨상을 수상했다. 우리를 특별하게 만드는 빛, 이야기하면 할수록 흥미진진하다.
이남영 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