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신을 ‘페미니스트 교사’라고 소개하는 초등학교 선생님들이 의기투합했다. 책을 펴낸 주인공들은 2016년 발족한 ‘초등성평등연구회’에 소속된 교사 9명. 이들은 바통을 주고받으며 남녀 차별과 여성 혐오로 물든 교육 현장의 실태를 자세하게 들려준다.
저자들은 책의 첫머리에 자신들의 활동을 이렇게 소개한다. “기울어진 세상에서 아이들이 미끄러지지 않도록, 미끄러지더라도 그것이 자신의 잘못이라고 여기지 않도록, 더 나아가 기울어진 세상을 ‘정상’이라고 여기지 않도록 생각하는 법을 길러주고자 노력하고 있다.”
그렇다면 책에는 어떤 내용이 담겨 있을까. 저자들은 ‘페미니즘 교육=남성 혐오 교육’으로 바라보는 비뚤어진 시선에 반기를 들면서 페미니즘이라는 렌즈를 통해 교실을 들여다본다. 교사들이 무심코 내뱉는 말에 얼마나 많은 남녀 차별의 요소가 녹아있는지, 교사들이 아이들을 손쉽게 ‘관리’하기 위해서 어떤 방식으로 ‘성별’이라는 틀을 사용하는지 전한다.
여학생이 깨끗하게 청소를 했을 때 “역시 여자여서 청소를 잘하네” 같은 표현을 쓰는 것, 출석 번호가 남학생부터 시작하는 것, “남자는 우는 것 아니야”라고 말하는 것이 올바르지 않다는 사실을 실감할 수 있다. 아이들은 수업 자료에 여성이 등장하면 “예쁘다” “살쪘다” 등의 품평을 쏟아내는데, 한 교사는 이런 현상을 바로잡기 위해 이렇게 말한다고 한다.
“다른 사람을 위해 해주는 말 중에도 사실 무례한 표현이 많습니다. …내가 바꿀 수 없거나 바꾸기 어려운 것에 대해서는 칭찬으로 하는 말이어도 조심하는 것이 좋습니다. 부모, 외모, 나이, 키 등이 그렇죠.”
저자들은 말미에 남성과 여성에 대해 제대로 된 가치관을 확립할 수 있게 돕는 그림책들을 소개한다. 제자를 아끼고 사랑하는 교사들의 살뜰한 마음을 느낄 수 있다. ‘학교에 페미니즘을’은 교사는 물론이고 부모에게도 유익할 만한 금주의 신간이다.
박지훈 기자 lucidfal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