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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北韓, 일치와 섬김의 관점서 바라봐야”

이홍정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 총무가 2일 국민일보 인터뷰에서 남북 교회의 교류 방안을 피력하고 있다. 강민석 선임기자


남북 정상회담 다음은 남북 간 종교 대화다. 2일 서울 여의도 국민일보 빌딩에서 만난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NCCK) 이홍정 총무는 무르익는 한반도의 평화 분위기 속에서 남북 교회 간 대화를 위한 다양한 구상을 품고 있었다.

이 총무는 북한 교회와의 대화 움직임을 꺼져가는 불꽃을 살리는 일에 비유했다. 작은 불씨를 소중히 다루듯 북한 내 공적 기독교 조직인 조선그리스도교연맹(조그련)과 함께하는 한반도 교회일치(에큐메니컬)를 꿈꿨다. 그는 정상회담 이후 움트는 남북 교계 간 대화 움직임에 행여 자신의 발언이 부정적 영향을 끼치지는 않을지 인터뷰 내내 신중한 입장을 견지했다.

“기존 한국교회의 대북 시각은 온정주의와 냉전 반공주의로 양분돼 있었습니다. 에큐메니컬과 봉사(디아코니아)라는 새로운 접근이 필요합니다.”

이 총무는 온정주의와 냉전 반공주의 모두 북한을 ‘타자’로 바라본다고 지적했다. 타자가 아닌 일치라는 관점에서 북한을 바라봐야 한다고 했다. 온정주의를 나타낼 수 있는 ‘인도적 지원’이라는 표현도 최근 몇 년간 북한에서 거부감을 보였다고 한다. 대외 의존적인 인상을 심을 우려가 있기 때문이었다.

디아코니아(봉사·섬김)는 다른 개념이다. 일례로 동·서독 긴장을 완화한 서독 교회의 디아코니아 사역을 생각할 수 있다. 서독 교회는 형제애로 동독 교회에 섬김을 실천했다. 재정 지원을 하면서도 동독 교회의 자존심을 지키며 동독 주민의 인권을 신장하는 데 주력했다. 동서독 체제는 분리돼 있었지만 그리스도 안에서 하나라는 에큐메니컬 정신을 구현했다.

북한을 향한 에큐메니컬과 디아코니아는 다음 달 스위스 제네바에서 열리는 ‘한반도 에큐메니컬 포럼’에서 구체화된다. 포럼은 세계교회협의회(WCC) 중앙위원회 회의를 전후해 함께 열린다. 이 총무는 이곳에서 조그련 대표들을 만난다. 아직은 구상 단계에 머물러 있지만 지금의 정전 협정을 평화 협정으로 바꾸기를 촉구하는 공동안 마련이 논의될 예정이다.

포럼에서는 조그련이 운영하는 사회봉사관 및 직업훈련원 건립 안건이 올라올 가능성이 높다. 조그련의 사회봉사 선교로 북한 주민의 기독교를 향한 시각이 바뀔 수 있다. 제국주의 혹은 아편과 같다고 바라보던 종교에 대한 기존 시각을 ‘삶을 풍요롭게 할 수 있는 종교’로 바꿀 수만 있다면 성공이다. 이 총무는 “조그련을 남한 교회와의 공식 소통 창구로 인정해야 한다”며 “이들이 북한 사회에서 목소리를 낼 수 있도록 도와야 한다”고 설명했다.

포럼을 기점으로 남북 교계 간 대화의 물길이 열릴 수 있다. 작은 불씨가 꺼지지 않았을 때 가능한 일이다. 당장 8·15 광복절 기념 남북 공동기도회와 내년 3월 한반도 평화와 통일을 위한 국제협의회가 평양에서 열릴 수도 있다. 이 총무는 “교파주의가 아닌 하나 된 교회라는 시각에서 북한 교회를 바라볼 때 가능한 일”이라며 “하나 된 교회가 북한에 세워지고 그 과정에서 남한 교회도 하나 된 교회로 변화했으면 좋겠다”고 강조했다.

이 총무는 1년 뒤 북한 교회를 어떤 모습으로 그리고 있을까. “북한 개성에 교회가 생겨 남북 종교인이 함께하는 3·1운동 100주년 기념대회를 열었으면 좋겠습니다. 남측 종교인은 비무장지대를 도보로 평화순례하며 일치를 다졌으면 좋겠고요.”

김동우 기자 love@kmib.co.kr

사진=강민석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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