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ME  >  시사  >  출판

[지구촌 베스트셀러] 시리안의 ‘피로 쓴 편지’





신중국 역사에서 마오쩌둥(1893∼1976) 시대에 벌어진 대약진운동과 문화대혁명 기간은 암흑기였다. 대약진운동 실패로 수천만명이 굶어 죽고 문화대혁명 때는 최소 150만명이 이데올로기의 폭력과 광기에 목숨을 잃었다. 젊은 여성 정치운동가 린자오도 광풍에 희생됐다. 역사학자 시리안은 저서 ‘피로 쓴 편지’에서 35세의 젊은 나이에 비극적인 생을 마감한 그녀의 일대기를 그려냈다.

린자오는 15세이던 1948년 중국 공산당에 입당해 10년간 충성스러운 당원으로 활동했다. 베이징대학 재학 때는 기자로도 활동했다. 그런데 58년 중국 전역의 캠퍼스에 반체제 인사들에 대한 탄압이 시작됐다. 대부분의 지식인들은 두려움에 숨죽였지만 린은 예외였다. 시는 책에서 “린의 저항은 마오쩌둥 시대에 중국에선 찾아보기 힘든 것이었다”고 적었다. 린은 60년에 마오쩌둥의 대약진운동을 비판하는 잡지 ‘불꽃’을 발행한 반혁명 집단의 지도자라는 죄목으로 체포됐다.

시의 책에는 그녀가 사형 집행 전까지 받아야 했던 신체적·정서적 학대가 생생하게 묘사돼 있다. 린은 폐결핵에 걸려 피를 토하는 고통을 겪으면서도 ‘원숭이 모자’라는 꽉 끼는 고무 후드를 착용해야 했다. 죄수의 얼굴 전체를 덮는 후드는 눈과 입에만 좁은 구멍이 있었다. 사상범이 다른 죄수들과 대화를 나누지 못하도록 한 것이다. 린은 감옥에서 여러 번 자살을 시도했고, 죽은 아버지와 매일 대화를 나누는 등 정신이상 증세를 보였다. 그녀는 결국 68년 4월 상하이 틸란치아 교도소에서 총살당했다.

린은 감옥에서 마오쩌둥 체제에 대한 경멸을 담아 자신의 피로 편지를 썼다. 그리고 어머니와 유엔, 공산당 기관지인 인민일보에 보냈다. 편지 가운데 일부는 감옥 문을 넘지 못했고, 81년 린이 사후 복권된 뒤 가족에게 보내졌다.

베이징=노석철 특파원


 
트위터 페이스북 구글플러스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