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익희의 음식이야기] 강인한 생명력의 메밀로 만드는 평양냉면

옥류관 평양냉면


이번 남북 정상회담에서 평양냉면이 메뉴에 오른 것을 계기로 전국의 냉면집들이 인기다.

평양냉면과 함흥냉면의 차이점은 면을 만드는 재료에 있다. 평양냉면은 메밀가루가 주이고 함흥냉면은 감자전분이 주가 되며, 평양냉면은 물냉면이고 함흥냉면은 맵게 비벼 먹는 회냉면이다. 하지만 북한에선 함흥냉면을 농마(녹말)국수라고 부른다. 남한식 함흥냉면은 비빔국수 모양인 반면 북한의 농마국수는 양념장을 따로 올리고, 육수를 넉넉히 붓는다. 함경도의 농마국수는 남한식 함흥냉면보다 더 맵고 새콤한 맛이라고 한다.

메밀이 우리나라에 본격적으로 들어온 것은 18세기 초였다. 메밀은 춥고 척박한 땅에서도 살아갈 수 있는 강인한 특성이 있으며 생육기간이 두세 달로 짧고 병충해에도 강하다. 1598년 임진왜란이 끝나고 거듭되는 흉년으로 백성이 초근목피로 연명하게 되자, 조정에서는 백성들에게 명나라에서 들여온 메밀을 산과 들에 심어 먹도록 했다는 기록이 있다.

이때 메밀이 우리 백성들을 기아에서 구해낸 구황작물로 큰 몫을 했다. 냉면은 원래 북한 음식이다. 남한에 전해진 것은 1·4 후퇴 이후 북한 피난민들에 의해서였다. 그러다 보니 냉면 육수는 북한 김치의 특징과 관련이 있는데, 겨울이 유난히 길고 추운 북한의 김치는 간이 약하고 최소한의 부재료만 사용하며 국물을 넉넉히 붓는데 이 김치가 맛이 밸 무렵 면을 뽑아 국물에 말아먹었다고 한다. 그래서 평양냉면의 진수를 느끼고 싶다면 한겨울에 메밀 면을 동치미와 고기 국물을 배합한 육수에 말아먹는 것이 제격이란다.

게다가 메밀은 건강식이다. 영양소가 골고루 들어있을 뿐 아니라 루틴과 플라보노이드 성분이 모세혈관을 튼튼히 하고 콜레스테롤을 낮추어 혈압과 혈당을 조절해 주는 효과는 물론 항산화와 간 해독 효과도 있다고 한다.

홍익희(세종대 대우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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