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가 모두 나보다 잘나 보이는 날은/ 꽃 사들고 돌아와 아내와 놀았노라.” 이시카와 다쿠보쿠 시 ‘나를 사랑하는 노래’입니다.
앞으로 읽으나 뒤로 읽으나 똑같은 우리말이 있습니다. 기러기, 다들 잠들다, 아 좋다 좋아, 다시 합창합시다, 다 이뿐이뿐이다, 여보 안경 안 보여, 다시 올 이월이 윤이월이올시다…. 그중에 제일은 이것입니다. ‘내 아내’. 앞으로 보아도 ‘내 아내’ 뒤로 보아도 ‘내 아내’, 기쁠 때도 슬플 때도 ‘내 아내’, 성공했을 때도 실패했을 때도 ‘내 아내’. 어화둥둥 내 사랑! 첫 사람 아담이 하와를 봤을 때 이렇게 감탄했습니다. “이르되 이는 내 뼈 중의 뼈요 살 중의 살이라.(창 2:23상)” 그런데 선악과를 먹은 타락 후에는 똑같은 하와를 보고 이렇게 불렀습니다. “아담이 이르되 하나님이 주셔서 나와 함께 있게 하신 여자 그가 그 나무 열매를 내게 주므로 내가 먹었나이다.(창 3:12)”
‘뼈 중의 뼈요 살 중의 살’이라던 하와가 ‘그 여자’가 된 것입니다. 비단 아담뿐 아니라 우리 모두가 그럴 수 있는 줄타기 인생을 삽니다. 가정의 행복은 거룩에 있습니다. 거룩을 추구할 때 행복은 따라옵니다. 하나님과 친밀한 거룩한 관계를 유지할 때 이리 보아도 저리 보아도 내 아내 내 남편이 되고, 거룩을 잃어버리면 ‘그 여자’ ‘그 남자’가 됩니다.
한재욱 목사(서울 강남비전교회)
삽화=이영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