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승민 IOC 선수위원 제안 국제탁구연맹 회장이 수용
팀 명칭은 ‘KOREA’로 정해 3·4위전 따로 없어 동메달 확보
아시안게임 남북 단일팀도 추진
남북 여자 탁구가 1991년 지바 세계선수권대회 이후 27년 만에 단일팀을 구성했다. 지난달 27일 남북 정상회담이 열린 지 6일 만이다.
대한탁구협회는 3일(한국시간) 스웨덴 할름스타드에서 진행 중인 2018 세계선수권대회(단체전)에 참가한 남북 여자 대표팀이 전격적으로 단일팀을 구성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탁구 단일팀이 결성된 것은 남북 정상회담 이후 화해 분위기가 조성된 결과로 풀이된다.
탁구는 최초로 남북 단일팀이 구성된 종목이다. 남북은 91년 4월 일본 지바에서 열린 제41회 세계탁구선수권대회에서 단일팀을 구성했고 당시 한국의 현정화와 북한의 이분희를 앞세운 여자 단일팀이 세계 최강 중국을 꺾고 우승을 차지했다.
이번 세계선수권대회에서 전격적으로 단일팀이 결성된 데에는 2004 아테네올림픽 남자 단식 금메달리스트 출신의 유승민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선수위원이 큰 역할을 했다. 유 선수위원은 전날 열린 국제탁구연맹(ITTF) 재단 창립 기념식에서 남북 여자 선수들이 ‘깜짝 단일팀’을 구성해 이벤트 경기를 펼치도록 주선했다. 남한 양하은-북한 최현화 조와 남한 서효원-북한 김남해 조는 약 3분간 경기를 펼쳤다. 승부는 3대 3 무승부로 끝났다.
유 위원은 이벤트가 끝난 뒤 ‘이번 대회에서 단일팀을 만들어 보는 게 어떠냐’는 제안을 했고, 토마스 바이케르트 ITTF 회장이 이를 받아들였다. 이후 참가국들의 동의 절차를 거쳐 현지시간으로 3일 오전 8시30분(한국시간 오후 3시30분) 여자 탁구 남북 단일팀 구성이 성사됐다.
이날 오후 5시(한국시간) 한국과 북한은 여자 단체전 8강전에서 맞붙을 예정이었다. 하지만 남북 단일팀이 구성됨에 따라 8강 남북대결은 취소됐고, 단일팀은 바로 4강에 올랐다. 단일팀 선수들은 8강전을 펼치는 대신 코트에 함께 나서 악수와 포옹을 하며 단일팀 재탄생의 역사적 순간을 축하했다. 단일팀은 우크라이나-일본 승자와 4일 오후 4강 대결을 벌인다. 세계선수권 단체전은 3-4위전이 따로 없어서 단일팀은 동메달을 확보하게 됐다.
단일팀의 명칭은 2018 평창 동계올림픽 때 단일팀을 구성했던 여자아이스하키 대표팀을 참고해 ‘KOREA’로 표기한다. 국기는 태극기와 인공기를 공동기로 게양하며, 공통 유니폼을 제작할 시간이 없어 남북 선수는 기존 복장으로 경기에 나서기로 했다. 한국에서는 전지희, 유은총(이상 포스코에너지), 서효원(렛츠런), 양하은(대한항공), 김지호(삼성생명) 5명이 출전한다. 북한에서는 김송이, 김남해, 차효심, 최현화가 나선다.
한국과 북한 탁구협회는 8월 열리는 자카르타-팔렘방아시안게임에서 단일팀 구성을 추진 중이며, ITTF에 단일팀 구성 협조를 부탁한 상태다. 유 위원은 “ITTF가 (아시안게임) 남북 단일팀에 대해 긍정적으로 생각하고 있다”며 “한국에 돌아간 뒤 충분한 논의를 거치고, 선수들의 의견도 들어 (단일팀 구성이) 잘 진행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김태현 기자 taehy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