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능감 농익었다… 독보적 캐릭터로 인기 끄는 고참들

이영자는 ‘전지적 참견 시점’에서 음식에 대한 열정과 철학, 매니저를 따뜻하게 챙겨주는 모습 등을 보여주면서 최고의 인기를 누리고 있다. 지난 3월 ‘전지적 참견 시점’ 제작발표회에 참석한 모습이다(왼쪽). 노사연은 ‘동상이몽2’에서 남편 이무송과 함께 출연해 ‘사랑꾼’의 모습을 유감없이 발휘하면서 10∼20대에게까지 인기를 얻고 있다. MBC·SBS 제공


‘전지적 참견 시점’ 출연 이영자, 맛깔나는 음식 묘사·행복한 표정… 방송 중 실검 1위 오르는 경우 많아
‘동상이몽2’로 주목받는 노사연, 60대도 사랑 감정 느끼고 ‘밀당’ 자연스럽게 어필… 10∼20대도 호응


새로운 얼굴은 아니다. 막연하게 ‘옛날에 웃겼던 사람’ 정도로 생각하는 시청자들도 많았다. 50∼60대 여성이 방송에서 보여줄 수 있는 모습은 ‘수다스럽고 뻔뻔한 아줌마’라는 전형성을 벗어나기 힘들 것이라는 심드렁한 시선도 있었다. 하지만 이런 고정관념은 완전히 깨졌다. 방송인 이영자(51)와 노사연(61)은 선입견을 극복하고 신선한 재미를 선사하며 또다시 전성기를 누리고 있다.

‘택시’(tvN) ‘안녕하세요’(KBS) 등에 출연하며 꾸준히 활동을 해왔던 이영자는 푸근하고 친근한 이미지가 강했다. 안정적인 진행 실력을 보여줬지만 ‘인간 이영자’를 제대로 어필할 기회는 많지 않았다. 하지만 ‘전지적 참견 시점’(MBC)에 출연하면서 얘기가 달라졌다. 이영자의 캐릭터가 오롯이 부각되기 시작했다.

무엇보다 누구도 따라오지 못할 만큼 강력한 ‘현실 먹방’이 이영자 캐릭터를 제대로 살려줬다. 이영자의 맛깔나는 음식 묘사와 먹는 게 진심으로 행복해 보이는 표정은 꾸며낼 수 없는 영역이다. 서리태 콩물을 마시며 “시집 잘 간 송혜교가 부럽지 않아”라는 이영자의 말은 진심일 수밖에 없다. 도무지 ‘방송용 멘트’라고 볼 수 없는 진정성이 온몸에서 뿜어져 나온다.

이영자가 방송에서 먹은 음식들은 방송 중에도 실시간 검색어 1위를 차지하기 일쑤다. 이영자가 언급한 맛집은 협찬 받지 않은 ‘진짜’라며 ‘이영자의 맛집 리스트’를 돈 주고라도 사고 싶다는 반응이 나올 정도다. 이영자의 ‘○○ 먹는 방법’은 레시피처럼 만들어져 온라인을 통해 널리 전파된다.

노사연은 예순을 넘긴 나이에도 남편인 가수 이무송과 알콩달콩 살아가는 모습을 ‘동상이몽2’에서 보여주면서 인기를 얻고 있다. 60대 부부 사이에도 끊임없이 밀고 당기기가 이뤄진다는 것을 노사연은 자연스럽게 보여준다. 표정이 풍부하고 제스처가 많은 노사연의 모습은 10∼20대들에게까지 어필하고 있다. 남편과 툭탁거리며 보여주는 표정과 행동은 노사연의 시원시원한 성격을 제대로 담아내고 있다.

두 사람의 이런 캐릭터가 갑작스럽게 튀어나온 것은 아니다. 하지만 관찰예능이 대세가 돼서야 시청자들이 이들의 모습을 진득하게 볼 수 있는 기회가 생겼다. 오랫동안 리얼 버라이어티쇼가 예능을 장악하면서 여성 방송인들의 역할은 제한적이었다. 이영자와 노사연은 관찰예능의 시대에 걸맞은 독특하면서도 공감 가는 모습을 자연스럽게 보여주면서 다시금 전성기를 구가하게 된 것이다.

정덕현 대중문화평론가는 “예전부터 캐릭터나 토크 실력 등으로 방송을 장악하는 능력을 갖춘 이들이었는데 리얼리티 예능과 만나 제대로 시너지를 보고 있는 것”이라며 “방송에서 봤던 모습들이 단순히 예능을 위한 캐릭터가 아니라 진짜 모습이었다는 것을 발견하고 확인하는 재미를 주기도 한다”고 평가했다.

이영자와 노사연의 캐릭터는 솔직하고 시원시원하며 따뜻하다는 공통점을 갖고 있다. 세대를 가리지 않고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모습을 보여주는 것도 두 사람이 인기를 누리는 비결 중 하나다. 진심을 담은 표정과 행동들로 시청자들의 마음을 움직일 수 있었다.

김교석 대중문화평론가는 “자기만의 확고한 캐릭터를 가진다는 게 방송가에선 굉장히 중요한데 두 사람은 오랫동안 탄탄하게 캐릭터를 구축해왔다”며 “반짝 유행으로 지나가거나 풍파에 흔들리지 않고 활약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문수정 기자 thursday@kmib.co.kr


 
트위터 페이스북 구글플러스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