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진그룹 조현아·현민 자매가 지난 9년 동안 대한항공 여객기를 통해 명품가방과 식료품 등을 밀수해왔고 그 증거를 인멸하려 했다는 주장이 3일 제기됐다.
대한항공 관계사 해외지점의 전 직원이라고 밝힌 제보자 A씨는 기자들에게 구체적인 밀수 정황을 증언했다. A씨는 “9년 동안 조씨 자매가 온라인으로 물건을 주문하면 해외 지점에서 물건을 픽업해 상자에 담아 해당 지역 공항의 여객 사무실로 전달했다”고 주장했다. 주문한 물품은 주로 명품으로 보이는 가방과 과자, 초콜릿 등이었다고 한다. 그는 이 물품들이 엑스레이 통관 없이 국내로 밀수된다는 이야기를 들었다고 했다.
A씨는 두 달여 전부터 밀수방법이 ‘빈 이민가방’으로 바뀌었다고 밝혔다. 한국에서 빈 가방을 보내면 해외지점에서 물건을 채워 다시 국내로 들여보냈다는 것이다. A씨는 “‘땅콩회항’ 사건 전에는 DDA 명의로 물건이 전달됐지만 이후에는 대한항공 직원 이름으로 가방이 전달됐다”고도 말했다. DDA는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을 가리키는 사내 코드다. A씨 설명대로라면 비행기에 타지 않은 직원 명의의 가방을 여객기에 실어 국내로 들여왔다는 뜻이 된다.
대한항공 해외지점 현 직원 B씨는 밀수의 증거를 인멸하려는 정황이 있었다고 주장했다. B씨는 “대한항공 본사에서 파견 나온 운항총괄 매니저가 조씨 자매 관련 이메일 등 밀수 증거를 지워버리라 지시했다”고 말했다. B씨는 ‘증거 인멸 지시를 받았다’며 대화를 나누는 대한항공 직원들의 대화 녹취파일도 함께 공개했다.
임주언 기자 eo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