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화로 가는 길] 복합 경제위기 ‘北 지렛대’로 넘는다



복합 위기 ‘탈출구’로 부상… 입주 업체들 매출·고용 증가
개성공단으로 ‘효과’ 입증… 北 철도 등 재건 땐 규모 더 커져
우리 강점 ICT 기술 활용 땐 산업 체질 바꾸는 계기될 수도
김동연 부총리 “ADB와도 협력”


한국 경제가 ‘사면초가(四面楚歌)’다. 선진국으로 발돋움하면서 겪는 ‘성장통’ 수준이 아니라 ‘저성장 덫’에 걸렸다는 분석이 나온다. 지난해까지 2년 연속 9.8%를 기록한 청년실업률은 올 들어서도 떨어질 줄 모른다. 세계 6위 수출 강국을 일궈낸 제조업 경쟁력은 옛말이다. 지난달 수출은 전년 동월 대비 1.5% 줄며 18개월간 이어진 상승세에 마침표를 찍었다. 조선업은 수년째 구조조정 칼바람 속에 있다.

정부도 위기감을 느끼고 있다. ‘고용’ ‘혁신’이라는 두 축에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 지난해 사상 최초로 일자리 추가경정예산을 편성하는가 하면, 혁신성장을 전면에 내세우며 수시로 대책을 내놓기도 했다. 하지만 여전히 한국 경제는 성장 한계에 다다른 제조업에 기대고 있다. 3일 정부에 따르면 지난해 수출액(5737억 달러) 가운데 제조업 비중은 84.4%(4819억 달러)나 됐다.

문제는 제조업 위기 징후가 뚜렷해지고 있다는 점이다. 제조업 고용자 수는 2016년 12월 ‘감소’로 돌아선 뒤 16개월째 소폭의 증감만 반복하고 있다. 제조업을 포함한 광공업생산지수는 최근 6개월 중 5개월 동안 내리막을 걸었다. 이 때문에 정부의 소득주도성장, 혁신성장은 공회전만 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한국 경제가 덫에서 빠져나올 탈출구로 ‘남북 경제협력’을 꼽는다. 확실한 미래 먹거리를 확보하기 전에 기존 ‘제조업 중심 체제’로 효과를 볼 수 있기 때문이다. 개성공단이 좋은 사례다. 한국개발연구원(KDI)에 따르면 개성공단에 진출한 73개 기업의 2009년 매출액은 진출 전보다 총 1조2818억원 증가했다. 이들 기업은 개성공단 진출 전보다 5621명을 추가 고용하기도 했다.

여기에다 남북 경협은 대규모 인프라 구축을 수반한다. 독일은 통독 이후인 1991년부터 2003년까지 인프라 재건에 예산 1600억 유로(약 206조2000억원)를 쏟아 부었다. 철도 등 대대적인 인프라 건설은 건설업 호황뿐 아니라 일자리를 몰고 온다. 한국철도공사의 경우 평창 동계올림픽을 위해 경강선(서울∼강릉)을 건설하면서 지난해 신규 고용자 수를 전년 대비 57.0% 늘렸었다.

북한의 막대한 광물자원은 산업 경쟁력을 한 단계 끌어올리는 기폭제가 될 수 있다. 북한의 광물자원 가치는 7조 달러에 달하는 것으로 추산된다.

또한 남북 경협이 산업 체질을 바꾸는 전환점 역할을 할 수 있다. 전문가들은 북한을 정보통신기술(ICT) 등 4차 산업혁명 기술의 ‘테스트 베드’로 활용하자고 제안한다. 자동차산업에 후발주자로 뛰어든 중국이 내연기관을 버리고 곧장 전기자동차로 건너뛰었듯 북한에서 다양한 기술을 키워낼 수 있다는 것이다. 조봉현 IBK경제연구소 부소장은 “남북 경협은 성장 한계에 온 우리 기업들이 새로운 경쟁력을 확보하는 계기가 될 수 있다”며 “다만 북한의 비핵화 조치 이행을 보면서 단계별로 속도 조절을 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국제사회의 북한 개발 동참을 이끌어내기 위한 정부의 노력도 본격화됐다. 김동연 경제부총리는 3일 필리핀에서 나카오 다케히코 아시아개발은행(ADB) 총재를 만나 남북 정상회담 성과를 소개한 뒤 “한반도 상황 진전에 따라 아태지역 개발에 중추적 역할을 하는 ADB와도 적극 협력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나카오 총재는 “최근 남북 관계 진전 상황을 매우 고무적으로 본다”고 답했다.

세종=신준섭 정현수 기자 sman321@kmib.co.kr

그래픽=이석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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