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0만원 목표 배지 모금 3일까지 3800만원 넘어서
남북 이어 유럽까지 가는 가상 열차티켓도 나와
“일회성으로 끝나지 말고 지속적인 관심 가져야”
남북 정상회담 열기가 ‘통일 굿즈’(goods·기념상품) 열풍으로 번졌다. 회담이 성공적으로 끝나면서 관련 장면이나 통일을 희망하는 문구 등을 담은 상품이 인기다. 남북의 대립과 긴장을 무너뜨린 역사적 순간을 만끽하고 기억하고자 하는 새로운 형태의 문화트렌드다. 전문가들은 평화에 대한 갈망이 그만큼 컸다는 방증이라고 평가했다.
남북 정상회담 이후 크라우드펀딩 플랫폼 ‘텀블벅’에는 3일 정상회담 관련 배지 등을 직접 제작해 판매한다는 게시물이 다수 등장했다. 인기를 끌고 있는 것은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악수하는 모습을 3㎝ 크기로 만든 ‘평화, 새로운 시작 남북 정상회담 배지’다. 당초 90만원을 목표로 제작비 모금을 시작했으나 3일 3800만원을 넘어섰다. 월계수 잎을 물고 날아가는 비둘기 모양과 ‘평화, 새로운 시작’이란 문구가 담긴 배지 모금액은 목표액 50만원의 5배인 250만원이다. 평양냉면이나 유라시아 열차표 모양의 배지도 인기다.
SNS 트위터는 남북 정상회담을 기념하는 한정판 이모티콘을 선보였다. 트위터에 글을 쓰면서 #남북정상회담 #평화회담 #평화가좋아 같은 문구를 넣으면 자동으로 파란색과 붉은색 손을 서로 맞대고 있는 그림이 따라 붙는다.
티셔츠 주문제작 업체 제이웍스실크스크린랩은 문 대통령과 김 위원장이 손을 잡고 걸어가는 뒷모습 사진과 미국의 뮤지컬 영화 ‘LALA LAND’(라라랜드) 문구가 담긴 티셔츠를 만들어 팔고 있다. 연인들이 연출하는 비슷한 장면이 라라랜드에 나온다는 데 착안한 도안이다. 업체 관계자는 “두 정상이 함께 손을 잡고 걸어가는 모습을 보고 우리 국민이 더 멋진 나라에서 살길 바라는 마음을 담아 티셔츠를 디자인했다”고 말했다.
모자 제조업체 네거티브네거티브펄슨은 통일 기원 모자를 출시했다. 모자 앞쪽에 한반도 모양을 붙이고 옆에는 ‘United Korea’(통일한국)라는 문구를 적었다.
실제 판매되는 것은 아니지만 SNS상에서는 한국에서 유럽으로 가는 가상의 열차표 사진이 활발히 공유되고 있다. 정상회담에서 남북한 철도연결사업 추진이 선언되자 조만간 서울역에서 기차를 타고 유럽까지 여행할 수 있을지 모른다는 기대감을 표시한 사진이다.
티켓에는 목적지와 운임료가 표시돼 있다. 서울에서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까지는 11만8600원이다. 가상티켓을 제작한 비영리단체 우리모두코리언(우모코) 관계자는 “KTX의 평균속도 등을 계산했을 때 서울에서 블라디보스토크까지 소요되는 시간을 5시간25분으로 보고 현재 KTX 평균 이용금액인 1㎞당 150원을 적용하면 운임료를 예상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한반도의 평화와 번영, 통일을 위한 판문점 선언을 기념하는 남북 공동우표 발행 청원’이 진행 중이다. 포털 다음의 아고라에는 기념우표 발행 청원을 지지하자는 서명 글이 올라왔다.
고려대 사회학과 김윤태 교수는 “남북 정상회담으로 비핵화와 통일에 대한 기대가 커지면서 감정적으로도 환영의사를 표현하는 것은 자연스러운 현상”이라면서도 “일회성 관심에 끝나는 것이 아니라 남북관계가 실질적으로 진전되도록 남북한과 열강의 움직임에 지속적으로 관심을 갖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사야 기자 Isaiah@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