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교생 10명 중 4명이 학교에서 교사에 의한 성희롱이 발생한다고 답했다. 상당수 학생들이 청소년기부터 상급자인 교사에 의한 신체 접촉이나 성적 농담에 노출돼 있다는 의미다. 학교에서 발생하는 위계적 성희롱·성폭력에 대한 대안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국가인권위원회는 3일 ‘초중고 교사에 의한 학생 성희롱 실태조사’ 결과를 발표하며 “고등학생 1014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응답자 40.9%가 ‘입학 후 성희롱이 일어나고 있다’고 답했다”고 밝혔다. 이번 조사는 한국여성정책연구원이 지난해 전국 여고생 814명, 남고생 200명을 상대로 온라인 설문 방식으로 진행했다.
응답자의 34.4%는 교사들이 학생의 머리 손 어깨 허벅지 등을 만지거나 껴안고 뺨을 비비는 등 신체적 성희롱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수업시간에 음담패설을 하거나 이성친구와 어디까지 진도를 나갔냐고 묻는 언어적 성희롱이 일어난다고 답한 비율도 21.2%나 됐다.
교사로부터 직접 성희롱을 당했다는 학생도 27.7%에 달했다. 학생들은 주로 교사가 학생을 지도하는 상황에서 성희롱을 당해 성적 불쾌감과 수치심을 느꼈다고 답했다. 복장을 지적하며 지도용 봉으로 신체부위를 찌르거나 치마 길이를 확인한다며 교복을 들추는 게 대표적 피해 사례로 꼽혔다.
학생들은 대처를 제대로 못하고 있었다. 응답자 37.9%는 ‘성희롱을 당했을 때 모르는 척하고 가만히 있었다’고 했다. 19.8%는 ‘부당하거나 옳지 않다고 생각했지만 참았다’고 답했다. 학생들은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거나, 다른 학생들에게 알려질 수 있었기 때문에 적극 대응하기 어려웠다”고 말했다.
일부 학생들은 초등학교(17.8%)와 중학교(17.5%) 시절에도 교사에 의해 성희롱을 당했다고 답했다. 청소년들은 어린 시절부터 위계적 성희롱을 겪고 있었다.
전문가들은 처벌을 강화하고 사후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박선영 한국여성정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가해자에 대한 징계수위를 높은 수준으로 통일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박하연 서울경찰청 젠더폭력예방전문강사는 “성희롱 사건이 발생했을 때 피해자 보호를 위해 얼마나 노력했는지 등을 학교 평가에 포함시켜야 한다”고 말했다.
방극렬 기자 extreme@kmib.co.kr
그래픽=이석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