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완식의 우리말 새기기] 속눈썹이 난 눈의 가장자리 ‘눈시울’



열예닐곱 살쯤 먹어서, 봄밤이 되면 공연히 울적해져 눈물이 눈시울을 좀 적시곤 한 적이 있습니다. 어느 날 일곱 살 위 누나가 사내자식이 눈물이 다 뭐냐며 지청구를 하길래, 사내도 우는 것이고, 또 사내가 우는 이유를 남들은 절대 모르는 게 있다며 막 대들었던 것인데….

‘눈시울’은 속눈썹이 난 부분이지요. ‘시울’은 약간 굽거나 휜 부분의 가장자리를 이르는 말입니다. 긴 타원형인 배의 가장자리나 가야금 같은 현악기 줄인 현(絃), 활대에 걸어서 켕기는 줄인 현(弦)도 시울이라고 했습니다. 연주할 때 絃을 손으로 누르거나 화살을 메겨 弦을 당기면 휘지요. 그런 모양이 시울입니다. 활시위(弦)의 ‘시위’도 시울이 변한 것이고.

꺽꺽, 분하고 억울해서 가슴을 칠 때, 아이가 떼를 쓰며 억지로 울어댈 때 나오는 눈물 같은 것은 눈시울을 적신다고 하지 않지요.

남북이 거짓말처럼 만났습니다. 실향민같이 북에 연고가 있는 이들의 감회는 어땠을까요. 감정이 북받쳐 울음이 터지고 눈물을 흘린 분도 많았을 것입니다. 그때 그들의 그 눈물의 반은 가슴속으로 떨어져 마음을 적시고 나머지가 밖으로 나와서 붉어진 눈시울을 또 적셨을 테지요.

‘입술’. 젖을 빨아먹는 포유(哺乳)동물의 입 가장자리 위아래에 도도록이 붙어 있는 부드러운 살이지요. 이것도 입시울, 입슈울, 입슐을 거친 것입니다.

서완식 어문팀장

그래픽=전진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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