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정의 달 5월. 그동안 일상에 쫓겨 자주 찾아뵙고 연락드리지 못한 자녀들도 어버이날만큼은 카네이션을 사들고 부모님을 찾아봬야겠다는 생각이 드는 때다. 대부분의 어르신이 느끼는 기억력 감퇴 및 치매 문제는 가족의 가장 큰 걱정거리다.
보통 기억력 장애는 치매의 시초 증상으로 인식된다. 뭔가를 자꾸 잊거나 잃어버리면 치매가 본격적으로 시작되는 것이 아닌지 걱정하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치매는 기억력만 떨어지는 것이 아니다. 지적 능력 전반에 걸쳐 문제가 나타난다. 따라서 기억력만 떨어지는 단순 노인성 건망증과는 구분이 된다.
노화에 따른 건망증은 기억능력에만 국한될 뿐 다른 인지능력에는 별로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 대체로 집 안팎에서 일상생활을 수행하는 데는 아무런 문제가 없다. 반면 치매는 기억력 장애 외에도 공간지각력, 계산능력, 판단능력 등이 점차 떨어지는 경향이 있다. 물론 일상생활 수행능력에도 지장이 생겨 독립적으로 일을 제대로 처리하지 못하게 된다.
노년기에 기억력장애가 일어나는 원인은 크게 단순 노인성 건망증과 가성치매, 치매질환으로 나뉜다. 단순 노인성 건망증은 기억력만 떨어져 있을 뿐 다른 지적 능력은 유지되는 것으로 일상생활에도 별 지장을 초래하지 않는다. 대부분 치매로 발전하지 않으므로 특별히 치료를 받아야 할 대상도 아니다. 자신감을 갖고 적극적인 자세로 생활하면 그것으로 충분하다. 가성치매 역시 우울증이 원인이 되어 기억력이 떨어지고 다른 정신 능력도 감퇴되는 것으로, 실제 뇌손상은 없는 경우다. 적절한 심리치료나 항우울제를 사용하면 증상이 좋아지고 진행을 막을 수 있다.
가장 문제되는 것은 뇌손상의 결과로 생기는 치매다. 대표적인 것이 알츠하이머병이다. 노년기에 뇌세포가 점점 파괴되면서 뇌 조직이 줄어들고 그에 따라 뇌기능이 차츰 떨어지는 병이다. 처음에는 주로 기억력 장애만 나타나지만 시간이 갈수록 공간지각력, 계산력, 판단력이 떨어지며 급기야 인격이 상실되고 이상 행동을 보이게 된다.
성인병은 젊어서부터 관리해야 발병을 막을 수 있다. 치매도 일찍부터 좋은 생활습관을 들이고 실천해야 예방이 가능하다. 평소 균형 잡힌 식사를 하고 고혈압 당뇨병 고지혈증 등 대사증후군을 잘 관리해야 한다. 흡연과 음주를 피하고 비만을 경계하며 두뇌활동과 신체운동을 꾸준히 하는 것도 중요하다. 매일 30분씩 걷는 운동만 해도 치매 발생을 크게 줄일 수 있다는 보고가 있다.
이재홍 대한치매학회 이사장
삽화=전진이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