빅리그 호령한 ‘이치로 시대’ 막 내리다

현역 선수에서 구단 특별 보좌관으로 보직이 변경된 시애틀 매리너스의 스즈키 이치로가 4일(한국시간) 생각에 잠긴 채 자신의 타격 연습 차례를 기다리고 있다. 이치로는 앞으로도 시애틀 선수들과 함께 연습을 계속할 것이라고 밝혔다. 국민일보DB
 
이치로가 2001년 MLB 데뷔팀인 시애틀 입단식을 치르며 웃고 있는 모습. 국민일보DB


NPB 최초 한 시즌 200안타 기록
2001년 MLB 진출… 신인왕·MVP MLB 18시즌 동안 통산 3089안타
2004년엔 단일 시즌 최다안타新 에이전트 “잠시 다른 일 하는 것”


“야구를 계속 연구할 겁니다. 저 같은 40대 선수가 꾸준히 훈련하면 몸이 어떻게 되는지 보려고요.”

미국프로야구(MLB) 시애틀 매리너스의 현역 선수에서 하루 만에 구단 직원이 된 스즈키 이치로(45)는 기자회견에서 앞으로의 계획을 묻는 질문에 이렇게 답했다.

일본의 ‘야구천재’ 이치로가 MLB에서 선수로 뛰는 모습을 더 이상 볼 수 없게 됐다. 시애틀은 4일(한국시간) “이치로가 회장의 특별 보좌로 일하게 됐다”고 밝혔다.

이치로는 MLB에서 매우 독특한 선수였다. 이치로가 데뷔한 2001년 MLB는 홈런 신기록을 달성한 배리 본즈(73홈런), 새미 소사(64홈런) 등으로 대표되는 홈런타자들의 리그였다. 하지만 이치로는 단타와 주루, 수비로도 리그를 지배할 수 있다는 모습을 보여주며 슈퍼스타가 됐다.

그런 활약의 바탕에는 철저한 자기관리가 있다. 이치로는 매일 아침 카레를 먹고 점심으로 피자를 먹는다. 소화불량 등 변수를 차단하기 위해서다. TV를 볼 때는 선글라스를 낀다. 이치로는 MLB와 일본프로야구(NPB)에서 총 27시즌을 뛰며 큰 부상을 당하지 않았다.

고교 시절 주목받지 못했던 이치로는 원래 NPB 오릭스 블루웨이브에 투수로 지명됐다. 하지만 타자로 전향한 뒤 NPB를 평정하기 시작했다. NPB 최초의 한 시즌 200안타 기록을 세웠고 마지막 시즌인 2000년에는 0.387이라는 고타율을 기록했다.

이치로는 2001년 MLB에 진출했다. MLB의 높은 수준을 깨달은 이치로는 시계추 타법을 버리고 타격 직후 달려 나갈 수 있는 현재의 타격자세를 완성해냈다. 데뷔시즌 첫 두 경기에서 9타수 2안타를 친 뒤 한번도 3할 아래로 타율을 떨어뜨리지 않으며 타율 0.350과 8홈런 56도루를 기록해 MVP와 신인왕을 동시에 수상했다.

이치로는 타격보다 수비에서 더 높은 평가를 받았다. 2001년부터 2010년까지 10연속 골드글러브를 거머쥐었다. 이치로는 MLB 통산 509도루를 기록한 빠른 발과 40세가 넘은 나이에도 마운드에서 140㎞가 넘는 공을 던지는 강견을 갖고 있다. 우익수 자리에서 3루수의 글러브에 직선으로 정확히 송구하는 이치로의 ‘레이저빔’은 독특한 타격준비 자세와 함께 그의 트레이드마크가 됐다.

이치로는 MLB에서 18시즌 동안 통산 2651경기에서 3089안타를 쳤다. 10년 연속 200안타를 치며 늦은 데뷔에도 3000안타 기록을 달성했다. 일본 시절 기록까지 합치면 안타 수는 4367개로 늘어난다. 2004년에는 MLB 단일 시즌 최다안타 신기록(262개)도 작성했다.

이치로는 한국과는 악연이 깊다. 이치로는 2006년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대회를 앞두고 “대결한 상대가 30년 동안 일본을 얕볼 수 없을 정도로 이기고 싶다”고 말해 한국에서 구설수에 오르기도 했다. 또 2009년 WBC 결승에서 임창용을 상대로 결승타를 기록하며 한국 야구팬들에게는 아픈 기억을 남겼다.

아직 이치로는 공식적으로 은퇴의사를 밝히지 않았다. 이치로는 앞으로도 시애틀 선수들과 훈련을 함께하기로 했다. 이치로의 에이전트 존 보그스는 “은퇴가 아니라 잠시 다른 일을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2019년 일본에서 열리는 시애틀과 오클랜드 애슬래틱스의 MLB 개막전에서 은퇴식을 치를 가능성도 있다. NPB 복귀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현우 기자 base@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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